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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뮈앤끌로이 Jan 26. 2024

퇴사 1일 차

디데이까지 캘린더에 표기하며 기다렸던 그날이 왔다.

24년 1월 25일까지 다닌 직장이니,

26일 오늘은 퇴사 1일 차다.


슬랙 알림, 쌓여가는 메일, 수시로 잡히는 줌미팅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상이었는데, 마음이 순식간에 정리되면서 생각보다 쉽게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할 수 있었다.


회사일로 다운로드해둔 앱들을 오늘 아침에 전부 삭제했다. 대신 새로 등록한 어학원의 앱을 설치했고, 다니던 요가 수업을 10회 연장했다.


오늘 다시 업데이트된 나의 고정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매주 2시간 영어회화, 3시간 요가, 2시간 피아노, 1시간 지압… 계산해 보니 이렇게 쓰는 비용만 주당 48만 원꼴이다.

그러니 또 열심히 벌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평일 출근 전과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해야 하고 필요하면 주말도 알뜰히 써야 가능한 일정이다.

(이렇게 보면 열심히 사는 인간 같지만, 레슨에는 매번 지각하기 일쑤이고 호시탐탐 노닥거릴 타이밍을 찾느라 안달이다)


무언가에서 자유로워지면

또 메여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나를 열심히 묶어댄다.


나는 체계적이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인간이라,

일단 상황을 만들고 수습하는 식으로 나를 움직인다.

완벽히 집중하고 결과를 성취해 내는 것보다는,

설렁설렁하더라도 꾸준히 그 과정을 지나고 있다는 데에 위안을 얻는다. 부족한 나 자신을 긍정해 줄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갖아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쫄보이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나를 새롭게 던질 수 있는 용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뫼비우스의 띄처럼 이러한 일상을 켜켜이 쌓아감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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