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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뮈앤끌로이 Jul 01. 2018

나는 왜 쓰려고 하는가.

-강원국의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초등학교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어시간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주말에 있었던 일을 주제로 짧은 글을 쓰라고 하셨다. 마침 그때 우리집이 이사를 했기 때문에 나는 ‘이사’를 주제로 글을 썼다. 수필이라기 보다는 ‘시’에 가까운 글이었다. 이삿짐이 다 빠지고 난 후, 텅 빈 공간에 울리는 내 목소리를 통해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의 느낌을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선생님은 내 글을 반 친구들 앞에서 읽어주신 후, 공감가는 상황을 남다르게 표현했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때 ‘내 마음속의 생각을 글로 잘 옮겨적으면, 읽는 사람에게도 내 감정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그 단순한 논리를 알게된 후, 나는 진심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학기 초 의례 써내야 했던 장래희망은 작가, 기자 등을 거쳐 카피라이터가 되었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정말로 카피라이터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 후로는 목적이 있는 글을 주로 쓰게 되었다. 정확히는 클라이언트에게 컨펌받기 위한 글이었다. 소비자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글, 잘 팔리는 상품과 서비스를 위한 글, 브랜드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네이밍 등이 주로 많았다. 목적을 두고, 그에 맞는 소스들을 수집하고, 그 내용들을 얼기설기 엮어 일정에 임박해서야 글을 완성해내곤 했다. 어느정도 커리어가 쌓인 후에는 스스로 꽤 피로함을 느껴서, 별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만을 골라 편식하듯 읽고, 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은 점차 쓰지 않게 되었다. 일이 아니고서는 완성하지 못한 글이 계속 늘어갔고, 아무도 읽지 않을 글만 끄적이고는 비공개로 설정한 블로그에 꽁꽁 숨겨놓기 일쑤였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대단한 것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나는 제대로 글을 쓰지 않은 지가 오래되었으나 전혀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예전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표현을 새로운 프로젝트에 그대로 다시 갖다 붙여 쓰고, 나만의 노하우라고 치부한 적도 있다. 새로운 표현에 대한 탐험은 줄고, 다른 이들의 도전을 부러워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자신이 없어졌다.  


글쓰기에도 근육이 필요하다면, 나의 근육은 현재 상당히 퇴화된 상태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일단은 다시 쓰기 위한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글쓰기 클럽에 조인했고, 글쓰기 강연을 듣는 등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아주 어렸을 때 했던 생각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내 생각을 타인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려면, 먼저 생각부터 많이 다듬어야 한다. 그 다듬는 과정에서 좀 더 사고가 더 깊어지고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 세상과 타인에게 더 공감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나를 둘러싼 많은 요소들과 더 면밀히 연결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매일매일 미약하게나마 성장할 수 있고 그만큼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결국 나는, 글로써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를 통해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고자 글을 쓴다. 언젠가 글을 쓰는 행위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잔근육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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