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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뮈앤끌로이 Oct 04. 2017

전혜린에 대하여...

모든 것은 우연처럼 다가왔다.

어느 한가로웠던 주말, 근처에 살던 이모집에 가게 된 것도.

우연히 이모의 책장을 구경하게 된 것도. 

거기서 전혜린의 <목마른 계절>을 집어들게 된 것도.

잡았던 채로, 그 책을 다 읽고 또 다른 책은 없나 싶어 다시 책장앞에 섰고, 

그렇게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까지 연이어 읽게된 것도.


아마도 갓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특유의 음울한 문장과 자기를 파괴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은 불안정한 자아에 

쉽게 매료될 수 밖에 없는 나이였다.


겉보기에 나는 매우 활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혼자있을 때의 나는 뭐랄까...

요시모토바나나의 소설과 전혜린의 에세이가 섞여있는 듯한 감정에 곧잘 빠졌었다고나 할까.

(지금은 좀 벗어났다. 그녀들로부터...)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좋다, 싫다, 그런게 아니고...

내 속에 있던 나의 감정을 읽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전혜린이 자살하기 얼마전,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편지 같은 것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러가지 해석이 있었지만 나는 그 대상이 남편(철수)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딸을 사랑했지만 그보다 더 사랑하는 자신이 있었기에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는 이해를 한다.


나는 그런 글은 쓸 수 없다.

말로는 제법 솔직한 표현을 해대지만

글에 있어서만큼은 솔직한 생각을 써서 남에게 보여주기가 너무 어렵다.

글을 쓸 때만큼은 자기검열이 꽤 센 것 같다.


나 또한, 그녀처럼 엉킨 생각과 감정들을 토해내는 일기를 쓰고, 

죽고나서야 누군가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글을 쓴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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