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났던 지인들로부터 "그래서 너는 요즘 글은 좀 쓰고 있는거야?"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머릿속엔 글을 쓰고 있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변명만이 맴돌았다. 그마저도 그럴싸한 변명도 아닌, 뱉어놓고나니, '심각하게 게으르잖아, 나란 인간.' 이란 생각을 갖게 할 뿐이었지만...
학창시절에 갖았던 뽀송뽀송한 피부만큼이나 신선했던 감수성은 나로하여금 다양한 글을 쓰게 만들곤 했다. 중학교 때는 왜인지 시를 많이 썼는데 지금 읽어봐도 표현력이 제법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종종 끄적이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일이 아닌 다음에야 글쓰기를 안하기 시작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카피라이터라는 명함을 갖게된 후부터였다. 모니터를 앞에두고 인터넷에서 다양한 표현들을 건져올려 광고주에게 전달하기 위한 글을 쓰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순간부터 개인적인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습관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직장을 갖은 이후로는 계속해서 남을 위한 글을 썼다. 다른이가 쓰고 싶은 글을 내가 대신 써주는 일이 많았다. 회사에서도 그랬고, 개인적인 상황에서도 그런 이유로 글을 썼다. 그래서 이젠 그냥 목적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게 나 스스로도 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그러나 생각뿐이었다. 이렇게 책상에 앉아 타이핑을 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글을 쓰고 싶을 때 쓰겠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1번에서 2번정도 특정한 테마를 놓고 규칙적이고 꾸준하게 글을 써나가야겠다.
이 포스팅이 그 포문을 알리는 글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제 머리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아 글을 완성해낼 것이다.
….
나는 결국, 또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