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되니, 얼마면!
깨끗한 방을 만들기 위해선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있어야 할 것들을 제자리에 놓아두어야 하며,
필요 없는 것들은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내 방은 발 디딜 틈이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이 많다.
언젠가는 입겠지.라는 마음으로 이사할 때마다 한 짐의 옷을 챙겨 옮기고,
신혼집에 들어올 때도 자취방에서 쓰던 낡은 식기 구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다.
말하자면, 나는 ‘버리기’를 잘 못하는 편이다.
특히나 내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들은 더욱 그렇다. 고등학교 때 짝지와 주고받은 스티커 메모도 다이어리에 붙여두고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 늘 책상 한편은, 우리 엄마 말을 빌리자면, ‘종이 쪼가리’ 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도 새해를 맞아 3년 이상 안 입은 옷이나,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 정도는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려볼까 싶다.
(여전히 ‘종이 쪼가리’는 버리지 못하겠지만..)
사실 내 방 청소보다 시급한 건
내 감정의 방 정리정돈이다.
기쁘다, 행복하다, 즐겁다, 슬프다, 서럽다, 속상하다, 불안하다, 지루하다... 등
명명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적절한 곳에 부정적이거나 지나치게 과한 감정들은 버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뭐든 나는 잘 버리지 못하니까.
그래서 그냥 그 감정들을 품에 안고 가려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쓸데없는 쓰레기 감정들이 버려지지 못한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새로운 감정들이 들어올 틈이 없다.
게다가 그런 감정들(대게는 부정적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집을 부풀리거나 나의 시선을 왜곡시킨다.
분명 이 부분에선 좋은 감정이 자리 잡아야 하는데 자꾸 이상한 감정들이 끼어들어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
그런데 이 감정이란 것은 물건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니 골라내기도 참 어렵다.
어느 순간에 느낀 어떤 감정이 내 방을 더럽히고 있는지 찾아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설령 찾아냈다 한들, 감정을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다이소에 파는 것도 아니니 대체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게 문제다.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넘쳐 이미 어지러운데 거기에 '답답하다'는 감정이 하나 더 늘게 생겼으니
정말 어디에 가면 살 수 있는 건지, 대체 얼마면 되는 건지 꼭 좀 사고 싶다.
감정 쓰레기통.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