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블랙 VS 화이트, 둘 다 필요없는 것 같은데?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오랜만입니다. 어느덧 7월이네요! 그래서인지 날이 너무 덥군요.
그간 저는 문화예술분야에 취업하고자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핑계일 수도...)
그래도 글을 들고 왔으니....!!!!
문화예술계 공공기관 준비를 하다 보니, 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도,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342개 단체와 8931명의 문화예술인이 분류되어 있는 블랙리스트.
앞선 두 정부가 9273개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큰 파장을 일으켰죠.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인 '봉준호'감독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모르셨나요?)
블랙리스트는 정부기관이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가진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사회적 성향이나 활동을 조사 및 분류하여 이를 관리한 문건 혹은 내용입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 째. 정부 비판 성향 예술인 지원 배제
둘 째. 1급 공무원 사직 강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아마도 문화예술인과 관련된 것이겠죠!
단순히 정부지원 배제에 그치지 않고, 불법 사찰부터 감시 그리고, 예술인들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창작·표현활동도 검열했습니다. 이로 인해 당연히 문화예술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뿐일까요?
블랙리스트 작동에 소극적이었던 공무원들에게는 직접 사. 직. 서를 강요했죠.
정말로 블랙리스트는, 예술인도, 공무원도 참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특히나 예술 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한 국가 범죄로, 위헌적이고 부당한 행위였죠.
그렇다면, 블랙리스트는 어떻게 되었나요?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따른 배상을 받았을까요?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으실 텐데요.
올해 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충북 문화예술인 25명과 단체 2곳에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즉, 국가를 상대로 문화예술인이 승소한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2019년 1월 24일 충북민예총 대표 등 2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습니다.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국가 책임을 인정했고, 개인 2명과 단체 2곳에는 각 2천만 원씩, 그 외 원고 23명에게는 1천500만 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죠.
조금 기나긴 싸움이었어요. 사실 2017년 2월 27일에 국가를 상대로 첫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약 2년 만에 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9273명 중 아직 27명입니다.
제대로 된 피해 보상도, 권리도 찾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난 3월 25일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집단소송 원고인단 전체 워크숍이 열렸다고 합니다. 추가 민사소송 원고인단 공개 모집과 더불어, 피해자 증언대회를 확보해 사태의 실질적인 해결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부분 역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네요!
지난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발간했습니다. 본책은 총 4권, 부록은 기관별, 분야별로 나뉘어 6권으로 되어 있는데요, 그렇다면 사태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모두 완료되었나요?
문체부 작성한 보고서에는 1) 국가의 책임 인정과 사과 2) 책임자 및 가해자 처벌 등 권고 과제를 완료했다는 대목이 있었는데요, "공식사과" 받으신 적 있으세요?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여전히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책임자와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지난해 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블랙리스트 책임규명을 위해 26명 수사를 의뢰했고, 105명을 징계 권고했는데 말입니다. 왜일까요? 바로 문체부가 법률 검토를 거친 후, 징계 대상자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징계시효 경과 등의 사유로 징계처분을 벗어난 직원도 자그마치 13명이나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청주지법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국가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즉, 블랙리스트는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인 것입니다. 이에 함께 뜻을 하고 참여한 자들 역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 #꼭하십시오)
그나마 다행인 건 하나 있네요!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 및 제도 개선 과제 이행 현장점검 토론회에서 문체부나 산하기관의 조직개편을 아주 조금(?) 진행했다고 해요. 준정부기관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공공기관 운영법 (이하 '공운법') 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은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업 수행 과정에 있어 민관 협치에 대한 부분도 아직은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블랙리스트는 수직적인 구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부 내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죠. 그럼에도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니,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 같은 실질적인 과제 역시 "검토 중"입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물론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을 위해 노력한 부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해결이 깔끔하지도 않고, 또 제대로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디 꼭 제대로 매듭짓길 바랍니다!
2018년 11월 2일 자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신임 위원장이 위촉되었습니다.
바로 예술공장 두레 박종관 상임연출인데요, 연극인인 박종관 위원장이 속한 예술공장 두레는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 단체로, 지원사업에서 6차례 배제된 경험이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기관에,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이 위원장이 되었다?
참으로 반가운 소리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화이트리스트"라고 합니다.
화이트리스트란, 친정부 성향의 단체에 지원해주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즉, 제거해야 하는 명단을 뜻하는 블랙리스트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한 마디로, '지원 독려'리스트죠!
블랙리스트로 힘들었었는데. 지금 지원받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요?
필자 역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평등하게 지원받길 바랍니다. 그리고 많이요!
하지만, 정확히 화이트리스트는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특별히 지원한 문화인이나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이제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해당 기관에 위원장이 명백하게 화이트리스트라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들 추측과 우려이겠죠. 맞아요. 또 문화예술을 정부와, 정책 그리고 정치 용도로 사용할까 봐요.
만일 그렇다면 제발 그만해주세요.
문화예술은 그 자체로 문화예술입니다.
어떠한 도구가 아니랍니다.
외교를 위해, 정치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도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블랙리스트와 미투 그 이후입니다.
제대로 처벌하고, 제대로 된 대책부터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또 민감한 문제를 다루어보았네요.
왠지 봉준호 감독의 이슈로 인해
잠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네요!
부디 시간이 흐르면서 더 발전되는 문화예술계가 되면 좋겠어요.
- 2019. 07월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