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호의가 계속되면 호잇된다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
폭풍 같았던 축제 주간이 지나가고, 나와 사업팀에게 남은 건 평가와 정산뿐.
나에게는 첫 축제였던 시간.
그래서인지 유독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간이기도 했다.
-
어린이 전문이 되어 버린 듯.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부터 노래단, 여러 생활예술동아리까지.
그 중 노래단은 나의 모든 에너지와 정신을 쏟아붓은 사업이기도 하다.
여섯 명의 꼬물이들. 내 눈에 넣어도 안아플 아가들.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해주었다. 음악, 그리고 창작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아이들이 음악을 놀이로 생각하고, 또 자신들만의 곡을 만들어 내다니. 더군다나 많은 청중들 앞에서 끝까지 공연하는 그 모습을 볼 땐, 얼마나 울컥했는 지 모른다.
아마 2019 나의 큰 성과는 이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
물론 여러 예술강사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역시도 큰 성과이다.
무용부터 음악, 연극까지.
덕분에 몇 개월 간 축제를 준비하면서 나의 신념도 조끔씩 흔들리기도 했다.
-
예술가. 예술가가 예술을 생산해야 비로소 소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생산하지 않으면서 어찌 소비할 수 있겠냐며, 전제조건은 예술가가 생존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늘.
하지만 어쩌면 보편적인(?) 복지, 문화예술교육사업을 담당하면서 이 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대중이 문화예술을 먼저 소비하는 것이 더 올바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예술이 어렵고 고급 문화가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그들이 자유롭게 소비하면서 예술이 더 활활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
그들을 위해 정부는 예술강사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들을 지원하는 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예술강사는 숨 쉬기 힘든 예술계에서 그나마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도구이자 장치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윈(win)-윈(win) 일수도. 그리고 현 정부에서 주장하는 바도 이것이 일지도.
-
그럼에도 아직 나는 예술가의 생산이 더 먼저이길 바란다. 그래서 나의 굳건한 신념도 깨지질 않길 바란다.
죽기 직전에 기회가 된다면 예술가들을 위한 복지를 만들고 싶고, 그런 기관에서도 몸을 담고 싶다.
-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낸 세금? 그래서 당연하게 생각한다.
아니지. 권리만 주장한다. 오로지 권리만.
-
자신들의 기분에 맞춰주는 복지? 왜?
펜을 던지고,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사람들.
화려한 무대 뒤처럼, 모든 정책과 사업 뒤에는 모든 핍박과 고난을 받으면서도 웃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부디 화풀이 대상으로, 감정 쓰레기통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권리를 정당하게 누리고 싶다면, 먼저 예우를 갖추는 것이.
자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줄 아는 사람이길.
-
정량적. 숫자. 성과. 이것 때문에 한 번도 쓴소리를 내뱉을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
이 문제는 아마도 중앙-지방자치단체-기초단체.
점차 내려오면서 더 피부에 느껴지는 문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 문화감수성이 현저히 낮아서 오는 문제점일 수도 있다.
-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문화예술교육만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문화복지만으로 그들을 얼마나 바꾸고 성장시킬 지 모르겠다.
그들의 삶을 송두리채 바꾸지 못한다면 이 역시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
'복지'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제발 이제는 알아줬으면 한다.
-
나의 자세를 낮추고 싶은 맘이 없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과 선을 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선을 넘어 들어오는 사람들. 제 집 드나들 듯이.
호의가 계속 되면 정말 호잇 된다.
그럼에도 결국에 나는 결국 낮춰야 하는 순간이 온다. (넙죽)
-
부디 우리들의 노력과 야근이 헛되지 않길
주민들을 위한 축제가 독이 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