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 뽑을 거냐."

거친 입담의 소유자

by 춘프카
article.jpg 사진 = 뉴시스


"넌 누구 뽑을 거냐."


사장님이 물었다. 때는 2012년 12월 대선을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나는 운전대를 잡았고 그는 조수석에 탔다. 자상한 내비게이션이 있는데 굳이 본인이 나서서 길을 안내해주겠다며 기어코 옆자리에 앉았다. 이것저것 심심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던 중 뜬금없이 대선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노골적으로 물어보시니까, 불편하고 좋네요.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뭔, 묵비권 인마. 나한테는 다~ 이야기해도 되니까 한번 해봐."

"..."


평소처럼 거친 입담으로 계속 몰아붙였다. 하는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먼저'니까요."


그는 가볍게 내 뒤통수를 때렸다. 이래서 젊은것들이 안 된다는 뻔한 이야기와 함께. 기분이 나빴다. 젊은 사람을 퉁쳐서 욕하는 것도 싫었고, 본인이 물어 소신껏 지지하는 후보를 말했는데 '그녀'가 되어야 하는 15가지 이유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만 했다. 욱하는 마음에 실수를 할 뻔했지만 호흡을 고쳤다. 상대방이 더럽다고 나까지 더러워질 순 없었다.


한참 뒤에, 사직서를 제출할 때도 비슷했다. 좋은 직장을 놔두고 왜 퇴사하냐는 질문에 "꿈이 있고, 글쓰기로 먹고 살 겁니다."라고 말했더니 제법 큰 소리로 웃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이라며 철없는 소리라고 했지만 마저 듣지 않고 목례 후 나왔다.




굳이 8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며칠 전에 그분이 직접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회사도 정리하고 지금은 조용한 시골에서 살고 있다며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왔다. "저, 글 쓰고 있어요. 계속.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벌이는 어떻냐고 물어보길래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난날 했던 말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나는 기억도 안 난다며 거짓말했다. 그렇게 안부를 묻고 짧은 통화를 마치려는 찰나, 그는 내게 물었다.


"넌 누구 뽑을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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