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괜찮은 학교 공대 나와서 삼성전자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개발자."
요새 가장 취업시키기 어려운 엔지니어의 모습 중 하나.
지난 6개월 동안 4명은 본 것 같다.
왜 어렵냐면..
- 연봉이 너무 높다. 낮춘다고 해도 그래도 높다. 그 정도 경력이면 본봉과 인센티브 합쳐서 1.4 정도 찍는다. (한참 잘 나갈 때 PS 충분히 챙긴 개발자 기준이긴 하다.) 중소기업은 0.7만 해도 부담스러워 하는 회사 많다.
- 본인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생활수준이 거기에 맞춰져 있어서 낮추는 데에 한계가 있다.
- 대기업에서는 큰 회사의 작은 부분을 맡아서 해서 작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삼성에서 서버개발을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 받아줄 곳이 없다. 경쟁사, 협력사를 다 죽여버려서 유사 사업을 하는 곳이 없다.
인사팀에서 재취업 지원센터 어쩌구를 운영한다는데, 가봐야 별 도움도 안된다.
거긴 그저 협력회사 헤드헌팅 하는 곳이고..
실제 IT산업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조언 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럼 뭐하지.."
스타트업 얘기가 많던데..
"월급 안줘도 좋으니 일 좀 하게 해줘요. 나중에 잘되면 받아도 되니.."
그것도 부담된다고 젊은 친구들이 꺼려한다..
스타트업 포기.
결국 중국 밖에 갈 곳이 없다.
"그래, 중국에 가자."
그런데 중국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중국애들이 한국인 뽑아먹는 데는 3년이면 충분.
그때 되면 나이 50. 정말 갈 곳 없어진다.
전산 전공해서 개발자로 자부심 갖고 살았는데
50에 대리운전 할 것도 아니고, 경비를 할 것도 아니고..
중국도 포기...
"뭐하지... 이래서 치킨집, 치킨집 하나.."
- 사실 작은 회사 출신들이 오히려 갈 곳, 할 일들은 더 많다. '잡다한 일'을 많이 해봤으니까. 오래 일할 확율이 더 높아 보인다.
- 큰 회사에서 6-7년 이상 있는 것, 개발자로서 절대 좋은 일 아니다. 경쟁력 정말 없어진다. 몇십명 안되는 회사에서 가족같이 잘먹고 잘사는 경우는 예외.
- 회사를 보지 말고 산업을 봐야 한다. 내가 이 회사 그만두고 나가서 할 일이 또 있을 수 있는 일을 나는 하고 있는가. 당연히 기술도 포함. 내 주위에 40대 후반에 훨훨 옮겨다니는 개발자들, 적지 않다.
- 인생 길다. 갈 길 멀다. 앞으로 30년은 더 일해야 한다. 좋은 회사에서 오랫 동안 높은 연봉 많이 받고, 퇴직금도 챙길만큼 챙겼으니 1년 동안 수련 기간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30동안 뭘 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연구하는 시간으로 생각해라. 그 안에 맘에 쏙 드는 일 찾아서 시작할 수 있으면 더 좋고.
- 사람들과 어울려라. 네트워킹 많이 해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기술도 재산이지만, 그걸 알아봐 줄 수 있는 사람도 큰 재산이다. 스타트업 행사도 좋고, 컨퍼런스도 좋고, 어디든 가라. 가서 만나라.
- 당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적자산은 정말 큰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정말 대단히 필요한 곳이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찾아서 가능하면 많이 나누고 공유하라. 도움 필요하다고 하는 곳에는 아낌없이 줘라. 그게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올 것이다.
소주 한 잔 하면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