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설레고 기쁠것만 같았던 그때
어릴 적에는 그냥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뭐가 그리 좋다고 그렇게 빨리 크고 싶었고 나이가 들고 싶었던 걸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의 내가 참 귀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땐 그랬다. 어른이 되면 내 맘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그저 자유로울 줄만 알았다.
적어도 '스무살' 그때가 되면 뭔가 다를 줄 알았다.
시험을 봤다. 스무 살이 되기 위해(?) 아니, 스무 살을 맞이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가 보는 그런 시험을. 시험이 끝나면 굉장히 홀가분하고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까지의 긴 시간을 한 번에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착각을 했었다. 근데 뭐, 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 속에서 괜히 혼자 센치해져서 바보같이 우울했다. 누군가 지나가다 툭 건드리면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처럼.
그렇게 멍하니 며칠을 있다 보니 스무 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무 살이 되었다.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뀌는 게 그저 좋았던 걸까 아님 신기했던 걸까. 아니면 '이제 나도 드디어 20대'라는 설렘 때문이었을까?
난 스무 살 되면 진짜 뿅 하고 인생이 스펙타클해지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