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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Oct 05. 2015

나 홀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

매주 금요일, 혼자 보내는 하루의 시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의미없이 스마트폰 속 SNS를 들여보다가 우연히 눈에 띄는 책의 한 구절을 발견했다.


책_그림자 여행, 정여울 (2015)

"혼자 다니다 보면 나처럼 혼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인다. 세상에는 혼자 걷는 사람, 혼자 밥 먹는 사람, 혼자 차 마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렇게 혼자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혼자 있다는 것 만으로 우리는 친구'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함께, 따로 또 같이 혼자 있는 사람들을 보면, 혼자 걷는 것이 생각보다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



그게 발단이 되었던 걸까? 아님 일종의 자극제(?)가 되었던 걸까. 어찌 되었든 간에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느꼈다. 그 후로 매주 금요일은 온전히 날 위한 시간으로 쓰기로 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아니 그냥 그저 그 상황 자체가 어색했다. 지금까지 나 혼자서 해왔던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해왔던 것이 더 많았기에 이유 모를 약간의 부담도 있었고 살짝 겁도 났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매주 금요일, 뭘 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내 내가 내린 결론 중에 첫째는 집 근처 극장에 가서 홀로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건 예전부터 내 버킷리스트 1번에 존재하던 것이었다.


지금까지 영화라면 항상 가족 또는 친구와 봐왔기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자연스레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고 결국 보고 싶은 마음만 가득 남겨둔 채 영화는 막을 내렸다. 또 내가 보고 싶어도 같이 보는 사람이 별로 내키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다른 영화로 눈을 돌려야 했다.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던 8월 마지막 주 토요일.

처음으로 혼자서 영화 보기를 시도했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지만,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혼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혼자 있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려울 뿐 한 번 해보니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왜 진작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고.



그 후, 매주 금요일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의 첫 일과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극장에 가서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이 되었다. 내가 편한 시간에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는 게 그냥 좋았다. 오히려 누군가와 보는  것보다 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게 더 편해졌다.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이 아닌 예전에도 홀로 보내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맘은 있었지만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항상 누군가와 함께 매 순간에 상황에 그렇게 휩쓸려 다녔던 것 같다.


'나 홀로 시간 보내기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여볼까?

이 프로젝트를 벌써 4주째 열심히 실천 중이다. 이제 남들의 시선에는 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혼자 다니면서 보니까 생각보다 나처럼 이렇게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더 잘 보인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전혀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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