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들의 콜렉트 콜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 하고퐈이야

by 레베카


031 - OOO - OOOO


헛. 우리동네 지역번호. 잠시나마 나는 관내 도서관의 강의신청이 아닐까. 기대반 귀찮음반.

'네~ 여보세용' 하고 받으니, 아들이다.


"엄망. 나 집에 가고 있엉"

"아이고 우리 민서 학교야? 왜~ 친구랑 놀고 싶어서 전화했어?"

"아닝, 나 엄마 생각나서 전화했엉. 엄마 나 집에 갈꺼야"


아이고 우리 아들. 하교길에 학교에 있는 공중전화로 내게 전화를 한 거다.


순간, 이번 주 내도록 공부하라고 윽박지르던 나를 떠올렸다.

그렇게 소리지르고 화내고 혼을 내도.


아이는 매번 나를 용서해준다.


애들은 참 속도 없다.

자신을 혼 낸 어른을, 3분 후면 5분 후면 또 사랑해 준다.


태어나서, 누군가의 절대적 지지를 이렇게까지 받아본 나날들이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이 사랑을 당연하다 여기며 - 다른 집 잘 나가는 애들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를 보며 한숨쉬곤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계속해서 나를 용서해준다.


아이고. 저 속도 없는 것. 이제는 엄마를 싫어할만도 한데. 곧 사춘기가 올텐데. 그 때 실컷 미워하려나.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 순간을 구지 글로 이렇게 남기는 이유는, 다 나 좋자고 - 이 행복한 순간을 기록해 둔다.

글쓰기는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이라고 프랑스 철학자 로랑 바르트가 말했다지.

나는, 오늘 사랑하는 민서를 불멸화한다.


나만 이 순간 공기의 밀도와 오후 3시의 햇볕의 느낌, 그 찰나를 영원히 기억할지라도.

아니, 기억이란 건 분명히 희미해질 것이기에 붙잡아둔다.


행복이 제 아무리 여름날 길바닥에서 먹는 아이스크림같이 녹아버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글로 남겨두면 기억날테지. 영원히 기억해야지.


나는 자꾸만 이 순간이 안 지나갔으면 좋겠다.

시간이 정지했으면 좋겠다.

영화처럼 내게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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