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는 수학. 어언 30여 년 전, 나 때나 지금이나 입시는 수학인지라, 나는 우리 아들들이 초등학교 3학년 되는 시점부터 동네 수학학원을 전전했다. 물론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녀석들은 모든 학원을 그만두고 줄넘기와 (놀이위주) 과학 실험 학원만을 다니고 있긴 하지만. 그간, 아이들을 데리고 레벨테스트를 보고 직접 상담받은 곳, ‘어머니’인 나만 가서 상담받은 곳, 전화로만 상담받은 곳, 학원 블로그로만 본 곳 등 - 동네 학원과 라이딩 가능 한 학원을 접선한 곳이 족이 30여 곳은 될 것이다. 그러면서 학원 선생님들의 어떤 특징을 발견했다면 발견했기에,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해 보고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성별, 대충 느낌 아시듯이 대부분의 수학 학원쌤은 남자.
두 번째로 학벌, 이 학벌이 좋은 선생님의 경우 자신의 출신 대학과 학과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상담실에 본인의 대학 졸업장을 떡 하니 붙여 놓으신다. 특이하게도 원장 본인의 수능 점수를 확대 출력해 전시해 놓은 곳도 있었다. 그분은 고려대학교 수학과를 나오셨다. 대부분은 학원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출신대학 마크를 달아놓곤 한다. SKY, 카이스트, 포스텍, 성균관대, 한양대 공대 정도까지는 본 건 같다. 그 이하의 대학은 안 밝히는 것인지 못 밝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학벌보다는 선생님의 수업 스킬이나 아이들을 대하는 노하우 등을 알고 싶었지만, 그것을 엄마인 내가 직접 알 수 있는 방법은 갑갑하게도 아이들이 해 주는 말, 상담 선생님의 말, 원장선생님이 전달해 주는 말 - 외는 없다. 대략 무심한 우리 집 남자아이들은 늘 다디는 학원에 대해서 ‘별로’라고만 한다.
세 번째로는 학원 경영 스타일인데, 이건 크게 두 개로 분류된다.
사업가형. 그야말로, 사장님 선생님이다. 이 분들은 현재 수업을 거의 하지 않으시거나 각 학년별로 탑 반 수업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시간을 상담을 하시거나 데스크 선생님 선에서 처리되지 못한 민원 처리, 분기별 학원 상담회 기획-발표, 학원 홈페이지에 글 올리기 등에 에너지를 쏟으신다. 이런 분들을 대부분 학원을 여러 개 운영한다. 1관, 2관 혹은 동네 별로 마을별로 나루관, 호수관, 영천관 이렇게 본점과 분점으로 나누거나 혹은 직영관 1호 2호 3호. 그래서 이 분들은 매우 바쁘다. 이런 원장님을 만나 뵈려면, 원장님 스케줄 비는 날에 약속 시간을 지켜서 가야 한다. 통상 이런 분들은 너무너무 너어어어무 말을 잘하신다. 이 학원에 등록하는 순간, 저기 학원 벽에 붙어 있는 애처럼 영재고 과학고에 떡 하니 합격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비록 지금은 F반일 지라도 꾸준히 다니고 노력하면 ‘초등의대반’에 입반 가능할 것만 같다. 반말도 스을쩍 썩어가면서 ‘어머니, 그건 아니지.’라고 하거나, ‘어머니 지금 논점을 놓치셨네.’라고 하며 어머니인 나를 본인 수업의 학생 대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장인형-그루형. 이분들은 학원을 하나만 운영한다. 학원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다. 혼자인 경우가 많고 - 초등이나 중등 초입만을 전담하는 서브 선생님 한 명 정도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상담쌤도 없다. 원장쌤이 직접 전화도 받고 상담도 진행한고 수업도 하고 블로그도 관리하고 교습소 청소도 하고 수업 준비도 하고 매달 회계 관리도 한다. 그들은 일당 백이다. 어머니 상대하는 상담을 어쩔 수 없이 하긴 하지만, 너무 어색해한다. 가끔 하는 정규 상담 전화통화도 빨리 끊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지고 문자나 카톡은 거의 단답형으로 대답한다. 그러다 보니, ‘소통’의 문제가 생긴다. 어머니들은 이 분들이 답답하다.
그들은, 극 I 이과형. 상담하면서 얼굴이 벌게지거나 말을 버벅거리는 경우도 수차례 보았다. 그냥 애만 가르치고 싶을 것이다. 먹고살자니, 엄마라는 존재들 - 아이에 대해서 무조건 궁금한 종족 -을 상대해야 하는 고단함을 인내해야만 한다. 하기 싫다. 그저 일 이기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중년의 여성에게 ‘어머니 어머니’하며 비위를 맞추지만, 이거 어서 학원이 잘 되어 상담쌤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눈빛으로 한숨으로 내게 와닿는다. 그리곤 속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 잘 가르치니 그만 물어보시라. 나는 수업만 하고 싶다... 진심으로 수업만 하고 싶다... 일단 믿고 보내주면 안 되겠니?’라고.
이런 장인형 원장쌤 일당 백 학원에는 그저 믿고 맡기거나, 이게 아니다 싶으면 바로 그만둔다. 그래서 이런 소규모 학원의 경우는 - 아이들과 친밀도가 높은 반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 대규모 학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원장쌤은 말한다. ‘배신’당했다고. 그런데, 이게 배신일까. 아이에게 쏟은 본인의 공도 아까울 테고, 정도 들었을 테니. 그 마음은 이해하나, 공짜로 배웠으면 또 모르겠으나, ‘돈’을 냈으니... 나는 이 업의 생태라 여긴다.
학원을 아직 본격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개의 소규모 학원을 단기적으로 보내면서 느낀 것을 적어 보았다.
오늘도 나는 집에서 엄마표 수학을 하면서, 학원 홈페이지를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우리 동네에서 소규모 수학 학원을 운영하시며 전국단위자사고, 과학고, 영재고에 해마다 몇 명씩 합격시킨, 내가 진짜 잘 가르친다고 매번 블로그에 글을 올리시는 - 할 말은 하는 장인형 학원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고 파안대소한 적이 있다. (성과가 좋으니까 - 이 쌤은 참지 않긔.)
“꼭 공부 못 하는 애들과 엄마가 말이 많더라”
이 동네에서 10여 년 넘게 학원업을 하면서 얻은 통찰이라나. 공부를 잘하는 애들은 이래도 공부를 하고 저래도 공부를 한단다. 그러나, 공부를 못 하는 애들은 애들도 그렇고 그 부모도 말이 많다는 것.
“왜 다른 학원은 수업시간이 2시간 3시간인데 여기는 1시간 반이냐. 왜 애 저녁 식사시간 애매하게 5시에 수업 시작 하냐 왜 여기는 숙제가 많냐. 왜 여기는 숙제가 적냐. 왜 한 반에 애들이 5명이냐. 왜 오답 노트를 이렇게 하냐. 왜 기출문제를 한 번만 푸냐. 왜 여기는 겨울방학에 10 to10을 안 하냐. 왜 선생님이 바뀌냐. 왜 원장선생님은 전화통화가 어렵냐. 왜 이 학원은 자습실이 없냐.”
이 모든 질문을 공부 못하는 애와 그 부모가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 오만함에 가까운 위트에 - 제 아무리 성과가 좋은 학원이기로서니 학부모에게 너무 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가 뭐 우리 애가 다니는 학원도 아니고.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 학부모 눈치 보지 않고 쓰는 사람도 있다니 어떤 면에서 다행이기도 하고, 쌉쌀하게나마 반성도 되고 약간은 통쾌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겨울 방학 시작 즈음에 이런 경험을 했다. 우리 애는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학원에 다닐 수 있는지를 테스트받고 있었다. 테스트 시간이 한 시간 반 정도 되었는데, 어디 다른 곳에 가 있기도 춥고 하여 나는 학원 비는 강의실에 양해를 구하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멍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 학원 전화벨이 울렸다. 상담실장님이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그 상당실장님의 매우 정확한 딕션과 커다란 성량이 강의실 벽을 뚫고 내게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애 시험 보는데 방해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다가 점점 통화 내용에 몰입되어, 나는 상담 실장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게 되었다. 내용인즉슨,
“아휴. 어머니. 저도 놀랐어요. 제가 작년까지는 중고등관에 있다가 초등관에 넘어온 게 올해 3월이거든요. 벌써 10달째이긴 하네요. 그런데 참 이런 말 그렇지만... 저도 이런 점수는 처음 봤어요. 그래서... 흠... 우리 지민(가명)이가 숙제를 잘 안 하죠? 우리가 일요일에 클리닉이 있잖아요. 일요일에 클리닉에서 한 2시간 정도만 해도 나아질 텐데요. 그런데 그건 저희도 어쩔 수가 없어요. 본사에 점수가 다 넘어가거등요. 점수가 안 되는데 고등반으로는 못 가죠 어머니. 본사에서 알면 난리 나요. 아... 누구요? 민우요? 아 개는 이번에 고등반 갔죠. 개는요 점수가 거의 일정해요. 네? 아아~ 일정하다는 건 들락날락 안 하고 거의 매번 합격점 받는다는 말이죠. 또 누구요? 아 선아요. 선아도 갔어요. 네... 네... 어쩔 수 없죠. 우리 지민이만 이 과정 한 번 더 해야죠 뭐. 어쩌겠어요. 한 번 더 하면서 더 정확하게 하면 되죠. 아 참, 그리고 이번에 우리 지민이가 듣는 과정이 목요일 5시 외엔 없어요. 시간 괜찮으세요?”
그렇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일명 STAY를 하게 된 우리 지민이의 어머님과 상담 실장님의 전화통화는 장장 50분간 계속되었다. 우리 지민이는 지금 그 학원을 잘 다니고 있을는지. ^^
학원을 등록은 아니하고, 상담만 전전하며 느낌 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그러더라’에 속하지 않길 바람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