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 관리 이야기 2 - 실패담②
나에게 충고해 주는 좋은 지인이 필요해!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나는 잘 산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봤을 때 영 아닌 것. 나의 엉망진창 돈 관리는 나의 무자각과 함께 계속되었다. 그걸 안타깝게 여긴 지인이 있다는 것은 내 삶의 몇 안 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전까지 나의 소비 개념이 정말로 없었다는 점이다. 월급이 꾸준히 들어와서, 꾸준히 나의 카드빚을 갚아주는 탓에 나는 돈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앞서 나는 (지인)카드깡과 카드서비스, 리볼빙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쓰기 쉽기 때문이다. 카드서비스나 리볼빙은 한번 써 보시라는 안내 문자도 엄청나게 온다. 나는 이게 무슨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나는 카드 업체를 믿은 것일까? 그들 또한 물건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일 뿐인데!
내가 식사 때마다 카드를 긁고 현금으로 받는다는 사실을 안 지인이 있었다. 이 지인은 나를 꽤나 걱정해 주었고, 어느 날 자리를 마련해서 조심스레 내게 말해 주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한다는 건 지인에게도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너 지금 상황이 좀 이상해.
내가 봤을 때, 네 돈 관리 상황이 나빠 보여.
결혼도 하고 집도 사려면 돈을 모으고 준비해야 할 나이인데, 그렇게 낭비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지금이라도 좀 바뀌는 게 어떨까?
지금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저런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는 그 때 이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다른 사람이 내게 걱정어린 말을 해 줄 만큼, 나의 돈 관리가 엉망이었다는 것이니까. 나는 어려서부터 저금을 열심히 하던 아이였는데! 어쩌다 남들에게 돈 관리로 걱정을 받을 만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일까? 번뇌와 부끄러움과 함께, 문득 깨달음이 왔다. 아, 내가 이제껏 돈을 쓰면서 느꼈던 불안한 감정은 여기에서 왔겠구나. 정말로 나는 돈 관리를 하나도 안 하고 있었구나. 하고.
다행히 보너스 시즌이라,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나는 보너스로 받은 모든 돈을 카드값 변제에 썼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전부 변제할 수 있었다. 보너스는 단 한 푼도 남지 않았지만 좋았다. 속이 시원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 돈 관리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깨달았다. 월급날에도 현금이 없다니, 얼마나 엉망으로 돈 관리를 했던 것일까 하고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며 나는 아주 큰 행동을 해냈다. 바로 신용카드를 없애 버린 것이다.
충동구매와 지인카드깡의 늪에 빠졌던 내게 신용카드를 없애는 행동은 아주 대단한 일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현금' 안에서 사는 법을 신용카드를 없애고 나서야 배울 수 있었다. 다행히 그 때 나는 본가에 들어왔고, 생활비 전반에 대한 돈이 나가지 않을 때였다. 돈이 아주 조금씩이지만 착실히 모였다. 출퇴근 비용이 월 60만원씩 들 때여서 (왕복 2시간 운전은 힘들었다) 월세만큼의 돈이 나간 것 같지만 그래도 생활비는 안 들었으니까 좋았다. 본가의 위대함이여!
돈 관리는 어려운 문제였다. 신용카드를 자르고 신용서비스를 다 멈췄으니, 나는 이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저금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이너스인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모든 게 잘 되리라 믿었다. 그 믿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돈은 통장에 조금씩 쌓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이 즈음하여 나는 지인의 소개로 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보험설계사였다. 그 설계사는 말을 참 잘했다. 그리고 나는 지인이 소개해줬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철썩같이 믿었다. 나는 엄마가 들어준 좋은 보험을 전부 해지했고, 그 사람이 만들어준 보험으로 갈아탔다. 그 중엔 적금식으로 들던 연금 상품이 있었는데, 이건 정말 좋다는 말에 두 개씩 가입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 사람이 그렇게나 똑똑해 보였다. 그리고 나와 엄마는 바보 같아 보였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엄마가 들어준 보험을 해지해버렸던 것이다.
그 이후엔 보험과 관련해선 아무 생각도 없었다. 보험설계사가 잘 설계해 줬으니, 지금 있는 보험만 가지고 가면 되겠지, 이런 마음뿐이었다. 그러던 중,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보험업을 하게 되었다. 본인 공부도 할 겸, 내 보험을 한번 봐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동의했다. 친구가 내 보험을 봐 준다면 내가 보험을 잘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가 알려준 결과는 처참했다. 나는 이상한 보험에 들어 있었다. 그 연금 보험 같은 것은 (나는 정확히 이 보험의 이름을 모른다) 해지환급금이 발생하는데다가 조건도 좋지 않았다. 친구는 지금이라도 해약하는 게 좋겠다고 하며, 자기 윗사람과 고민하고 보험설계를 다시 하는 게 좋겠다고 걱정스레 말했다. 그 걱정이 상처가 되었다.
아직까지 나는 보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친구의 지인인 보험설계사와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고, 나는 친구도 나도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그제사 알게 되었지만 너무 늦은 일이었다. 나는 뒤늦게 모든 보험을 다시 재정비했다. 엄마의 잔소리는 덤으로 따라왔다. 요즘도 엄마는 과거 내가 해지한 보험이 얼마나 아까웠는지 이야기한다.
잘못된 나의 선택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알고 있다. 나를 속인 사람이 가장 잘못했다는 사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제멋대로 믿음을 주고 아무렇지 않게 돈을 맡겼다는 사실의 결과가 뼈아팠다. 나는 이제 내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처럼 수동적으로, 남들에게 맡기는 삶을 살 순 없었다. 나는 이제 '내 돈'을 '내가 직접 관리'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도망치지 말고, 맞서야 했다.
알고 있다. 나는 돈 관리와 맞지 않다. 계산은 항상 틀리고, 숫자들은 어디선가 항상 빗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관리를 해야겠다고 각오한 것은, 돈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 수단 없이 내 삶을 지속적으로 특정 수준까지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5년간의 실패로 깨달았다.
이제는 돈을 몰라선 안 되었다.
그걸 모르면 욕 먹는 것은
내게 사기친 사기꾼도 아니고,
사기당한 피해자인 ...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