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 관리 이야기 1 - 실패담①
돈, 모르면 어느새 나를 위협하는.
돈,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지만, 동시에 너무 밝혀서도 안 되는 것. 삶의 중요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지만 동시에 갈망하고 노력하는 만큼 오지 않아 증오하는 그것. 나는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정확히는 내가 어떻게 지금의 돈 관리법을 배워, 운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짧고도 긴 이야기이다.
내 돈 관리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서툴고, 실패도 많이 했고, 남들이 말하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 실패가 누군가에게 다시 실패하지 않을 이유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내 돈 관리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이기도 하다. 생각만 하고 있을 때는 어렴풋했던 것이, 글로 적고 나면 뚜렷이 보이기도 한다. 그것 때문에라도 한 번쯤 글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일곱 편 정도로 끝난다. 첫 사회생활 이후의 돈 관리 실패담과, 실패에서 일어나 어떻게 통장을 정리했는지, 언제부터 어떻게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는지, 돈 관리를 현재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까지의 모든 내용을 담아 보았다. 실패담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완벽한 돈 관리법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돈 관리를 전혀 모르던 철없던 직장인이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꾸준히 가계부를 쓰고, 돈을 절약하는 착실한 직장인이 되었는가? 이 글은 그 지리한 과정을 이야기할 것이다. 결론은 없는 이야기다. 나는 아직도 돈 관리를 하는 중이니까.
나는 대단하지 않다. 나의 현재도 대단하지 않다. 다만 내 실패는 생각보다 뼈아픈 것이었고, 유튜브에서 20대 돈관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과거의 한심함을 돌아보며 한숨쉬는 게 싫을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돈을 쓰는 나 같은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랄 뿐이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기에 미래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어찌보면 이 글은 현재의 나에게 바치는 과거의 반성이자, 미래의 다짐인 셈이다.
나의 실패담은 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략 십 년 전 쯤일 것이다. 나는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기 시작했다. 혼자 살며 느낀 것은 외롭다는 것,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파워 E였고, 지인 하나 없는 동네에서 지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친구를 만나고 싶었고, 그래서 움직였다. 나는 취업하며 산 차가 있었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러 먼 길을 직접 다니기 시작했다.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친구들 중 직장을 잡은 사람은 나뿐이었기에, 나는 먼 지역까지 오가는 비용에 친구들 밥값과 커피값, 많으면 술값까지 내곤 했다. 그 혜택은 요즘들어 받고 있지만(친구들이 내게 밥을 잘 산다) 그 당시에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주말마다 이십 만 원씩 인간관계에 쏟아부었다. 아무 남는 것 없는 삶이었다. 물건을 사면 남는 물건이라도 있겠지만, 관계 비용은 글쎄....
결과는 신용카드 한계 도달이었다. 신용카드 한계를 월급치만큼 설정해 놓은 게 다행이었다. 월급만큼이 신용카드 결제일에 빠져나가면, 내게 남는 돈이 없었다. 현금이 없어서, 지인 카드깡 같은 것도 해봤다. 다같이 밥을 먹은 뒤, 밥값을 내 카드로 내고, 지인들이 내게 현금으로 밥값을 보내는 식이었다. 지인들은 너 괜찮냐며, 걱정해 주었다. 내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측한 듯했다. 나는 정작 나의 소비 패턴을 전혀 바꾸지 않은 상태였는데. 여전히 나는 친구를 만나러 다녔다.
현금이 너무 급할 때엔 카드 현금서비스도 받았고, 그 달 월급이 카드값을 갚기 힘들다 싶으면 리볼빙도 썼다. 그 다음 달이면 월급으로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리볼빙을 아무 문제 없이 썼다. 생각해보니 큰 일이 없던 때라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만약 제대로 갚지 못했다면 리볼빙은 정말 큰 빚으로 남았을 것이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을 일부 나중으로 연기하여 갚는 것인데, 이자율이 몹시 높다. 나는 정말 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사실, 리볼빙도 카드서비스도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사용했다. 상술했듯이, 내 돈 관리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를 조금씩 줄여 나갔다. 다른 게 아니라, 수중에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외로움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좀더 건전하고 건강한 해결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그 때의 나는 왜 옛날 친구들을 붙드는 것밖에 알지 못했을까.
다음 화에는 나의 기나긴 실패담의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어쩌면 밝히고 싶지 않은 흑역사들이지만, 가끔은 볕을 받아야 썩지 않고 말라 없어질 부끄러움도 존재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