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프리미엄 브랜딩과 판매 전략
며칠 전 제주도에 잠시 다녀왔다. 전기차를 빌려 다녔는데 롯데호텔 주차장 앞에서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와 일반 전기차 충전소를 나란히 만났다. 제주도에 짧게 머무는 동안 테슬라가 연간 50만 대 생산 규모로 중국 상하이에 전기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였다는 뉴스도 나왔다. 지금까지 외국인의 중국 투자 규모 중 최대 규모라고 들었다. 해외 기업과 국내 관공서의 브랜딩이 같을 수도 없고 여건과 제약 사항이 크게 다르겠지만 디자인과 브랜딩에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테슬라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는 창업자 일론 머스크(엔론 머스크)의 개인 브랜딩도 크게 한몫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라고도 알려진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잘 활용하고 있다. 또한 스페이스X의 우주선 사업과 솔라시티의 친환경 대체 에너지 개발 사업 등과 결합해 지속 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시키며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스페이스X 팰컨 헤비 우주선에 테슬라 전기자동차 로드스터를 실었다. 그리고 로드스터에 마네킹 인형을 앉혀 화성으로 보냈다. 테슬라를 타는 것은 단순히 이동 수단 때문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지향적인 기술에 한 발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지속해서 다소 모험적이지만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만들고자 테슬라는 우주선에 차를 실어 보내는 퍼포먼스도 진행한 것이다. '아이언맨'을 뛰어넘어 이제 화성에서 우주인이 제일 먼저 탈 것 같은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이다. 테슬라는 초기 실리콘 밸리 고객을 시작으로 이제는 세계적인 오피니언 리더이자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선택하게 되었다.
애플과 같은 판매 방식.
브랜드 경험이 먼저이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딜러들에게 판매 커미션을 더 주며 타사와 똑같이 경쟁해 판매하는 대신, 애플의 판매 방식과 같이 매장에서는 오롯이 제품에 대한 경험만 하게 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주문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다.
가격 할인도 없고 딜러도 없는 테슬라는 시승 신청부터 프로모션, 판매 등의 과정을 웹사이트에서 이루어지게 했다. 테슬라 쇼룸에서는 브랜드의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경험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딜러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구매 가격과 옵션을 흥정했던 것과 달리 테슬라 전시장에서 온전히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국 약점을 강점으로, 부족한 점을 차별 포인트로 끌어올린 전략이었고 소비자들은 이 방식에 열광하며 구매로 화답했다.
테슬라 쇼룸은 주로
유명 패션 브랜드가 있는 곳에 있다.
마크 제이콥스나 애플 전시장이 있을 법한 대도시의 번화가와 가장 핫한 지역에 쇼룸을 열고 시승할 수 있게 했다. 실리콘밸리의 얼리어댑 터들을 시작으로 전 세계 트렌드 세터들이 열광했다. 한국에도 대형 쇼핑몰인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과 청담동에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대형 백화점 및 기존의 고급 인프라 스팟을 중심으로 슈퍼차저 충전소를 설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작년에 테슬라를 직접 시승해 본 적이 있다. 웹사이트에서 시승 신청을 하고 2~3달 후에 시승 안내 전화를 받았다. 주말은 시승 예약이 많아 어렵다고 하여 평일 청담점으로 시승 일정을 잡았다. 마침 그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 함께 시승하기로 했다. 동반 2명 추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왕복 운전을 혼자 경험해도 좋겠지만 친구와 감상을 공유하며 시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테슬라를 당장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1차 상담 가격으로는 정부 지원금 외에 1억 원 정도가 필요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약 100대 정도가 개인 소유로 판매된 상태라고 들었다. 평소 필자는 테슬라의 기업 활동과 기업 철학, CEO 스토리를 굉장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고 전기자동차 시장과 인프라 사업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직접 차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시승을 도와주기 위해서 쇼룸에서 만난 사람은 영업사원이 아닌 엔지니어였다. 엔지니어가 직접 자동차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시승을 함께 도와주면서 기능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판매와 관련 이야기나 상담은 거의 하지 않았다.
시승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더 근사했다. 넓은 실내 모니터와 소프트웨어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는 모바일앱에서도 제어가 가능했다. 엔진의 꿀렁거림이 없이 전기로만 가는 조용하고 정숙한 자동차. 어쩌면 차가 이렇게 섹시할 수 있을까 싶었던 유선형의 매끈한 자태까지 오래 운전을 해왔지만 기존엔 생각할 수 없었던 멋진 경험이었다.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반자율 주행이었다. 매장에서 간단한 상담을 받고, 바로 키를 건네받아 함께 시승을 시작했다. 영동대교를 넘어가자마자 반자율 주행모드를 걸고 차선 변경을 했다.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았는데 알아서 핸들이 움직였다. 앞차의 속도를 감안해서 속도를 조절하고 뒤따라오거나 불쑥 차선을 끼어드는 모든 차량을 인지하고 차선 변경 타이밍을 잡아서 핸들이 저절로 돌아갔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운전 중에 경험하니 왠지 모를 불안함과 함께 놀라운 감정이 뒤섞였다.
물론 고속도로에서는 더 편할 것이다. 최소한 졸음운전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주차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승을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영상과 해외 기사로 꾸준하게 접해왔던 테슬라의 현재가 피부로 체감된 기회였다.
지인 추천 프로그램과
대폭적인 할인 혜택으로
핵심 고객에 먼저 집중한다.
테슬라 시승 이후 테슬라 추천 프로그램 유효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받은 100만 원 할인 프로그램 이메일이었다. 테슬라의 차를 구입한 경우 최대 5명까지 지인 추천을 할 수 있는데 이 제도를 통해 테슬라 전용 전기충전소인 슈퍼차저 무료 이용 및 모델S 구매 시 바로 100만 원을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통적인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미디어 노출을 늘리고 구전 홍보를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삼겠다고 했다. 프리미엄 가치를 홍보하는 일을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가치를 알아줄 고객이 많은 곳에서 다소 비싼 미끼를 쓰더라도 원하는 고기만 낚아 올리겠다는 것이 테슬라의 마케팅 전략이다.
프리미엄 전기차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테슬라는 광고와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이미 최고의 전기자동차 브랜드가 되었다. 테슬라가 구축한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사람들 머릿속에 고급스러운 전기차 브랜드로 각인되었다.
미국의 광고 전문잡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 2017년 8월 기사에서 밝힌 2016년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브랜드별 1대당 광고 비용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가 6,821달러, 링컨 2,719달러, 캐딜락 1,493달러, 도요타 353달러, 포르쉐 283달러인 반면 테슬라는 0이었다. 현대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해외 자동차 브랜드로서 미국 내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과감한 광고 비용을 집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신생 자동차 브랜드임에도 기존 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굴지의 자동차 회사와 달리 전혀 광고를 제작하지 않고도 지금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하게 쌓은 점이다. 초기에는 자동차 실물을 보지도 않고 구매 예약하는 고객도 많았고 출시하 기까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자동차이지만 늘 생산 수량을 크게 초과하는 예약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테슬라는 광고도 광고 대행사도
마케팅 총괄 임원도 없으며 딜러샵도 없다.
그런데도 큰 문제가 없다.
–<애드버타이징 에이지>
실용성과 편의성 측면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감안해도 여전히 높은 제조 원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판매가가 높다. 아직 부족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설과 충전 후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시간 등의 단점도 있다. 심지어 출고 대기 기간도 길며 미리 예약금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의 트렌드 리더들이 오랜 대기 기간을 감수하며 예약금을 걸고 구매하고자 하는 이유는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으로 비치길 원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마케팅에
주력하는 회사가 아닌데도
어떻게 역설적으로
프리미엄 마케팅을 이뤄냈을까?
테슬라의 혁신적인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 차별화된 판매 방식 등은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되어 SNS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며 대중들은 기사를 퍼 나르고 있다. 테슬라는 광고 제작이나 판매 촉진, 마케팅보다는 잠재 고객들이 직간접적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브랜드를 체험한 고객들이 결국 충실한 홍보대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핸드폰 단말기 제조업체가 아니었던 애플이 처음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처럼 테슬라의 판매 방식도 새로워야 했다. 애플은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 문법으로 경쟁하는 대신 새로운 판을 짜서 프리미엄 단말기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테슬라도 애플처럼 기존의 자동차 딜러샵을 통한 판매가 아닌 웹사 이트 판매 방식을 취했다. 기존 자동차 딜러샵에서 판매하는 전략은 태생적으로 기존의 대형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불리한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성공적인 마케팅과 함께 여전히 테슬라가 풀어야 할 큰 숙제들이 많다. 최근 있었던 자율주행 사고나 자동화 생산 공정의 잦은 생산 중단으로 인한 생산 지연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큰 진통인 셈이다. 그리고 테슬라의 간판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의 지난 만우절 농담 하나로 주가가 출렁거릴 만큼 개인의 브랜딩과 기업의 브랜딩이 연결되었을 때 폭발력과 리스크를 어떻게 잘 헤징 하는가도 조심스럽게 지켜볼 포인트이다.
강의, 출판 scandili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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