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달 달 무슨 달.

초승에서 그믐까지, 우리와 달의 관계

by 과커콜라

2025년 6월 14일 토요일 - 양력

2025년 5월 19일 평달 - 음력

오늘 밤하늘이 맑다면, 약간 찌그러진 보름달을 볼 수 있겠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저녁이 오기까지 많은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기 시작하면서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화창한 날씨의 하늘.

이러면 오늘도 달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달력을 본다. 하지만 누군가는 하늘을 보며 날짜를 짐작했다.

하늘에 뜬 달이 오늘이 몇 번째 날인지, 한 달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말해주었다.

매일 달라지는 달의 모습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하늘이 건네는 시간표.


왜 달은 매일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까?

누가 만지는 것도 아닌데, 왜 변할까?

그럼에도 날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물음에 답해줄 수 있는 것은

달은 과학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의 대부분의 천체는 공전과 자전을 한다.

공전은 "내가 누군가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

자전은 "내가 내 스스로 빙글빙글 도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그 날짜를 계산해 보니 정확하게 '365.25일'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를 딱 도는데 걸리는 날짜가 365.25일. 뒤에 0.25일을 4번 곱하면 1일

즉, 4년째 되는 날에는 하루를 추가로 설정하는데, 그날이 바로 2월 29일(윤일)이라고 한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정확하게 27.3일마다 한 번씩 돌고 있다.

놀랍게도, 달은 자전을 하는데 그 달이 스스로 한 바퀴를 도는 주기 또한 27.3일로 같다.

아빠가 아이를 마주 보고 안고, 돌면서 "우쭈쭈 내 시끼~"라고 했다고 상상해 보자.

아이는 아빠를 공전하면서도, 스스로 한 바퀴를 돌게 되는 자전을 한 것이다.


달도 그렇게 자기 자전과 공전을 동시에 하며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달의 같은 면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달은 매일 한쪽 면만 보여주는데, 우리가 보는 달의 모습은 매일 다르다.

어쩔 때는 손톱만큼 보이다가도, 어쩔 때는 초코파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달의 '위상변화'.


'위상변화(位相變化)'. 무조건 들어봤을 말이다.

위(位) - 자리 위 즉, "달, 너는 지금 어떤 자리에 있느냐?"는 말이다.

상(相) - 모양 상, 상태 상 "달, 너는 어떻게 생겼느냐?"는 말이다.

변화(變化) - 바뀌는 것.

즉, 위상변화라는 말은 "달, 너는 그 자리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느냐?"는 말이다.


'보다'는 말이 뭘까?. '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우리가 눈으로 무엇을 본다는 것은 빛이 어떠한 물체에 닿아서 반사되는 것이 내 눈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서 뇌에게 전달을 하면 뇌가 "아! 너 걔구나?"라고 해석을 하는 것.


그렇다면 달을 본다는 것은 달이 태양빛을 반사해서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달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태양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의 위치가 변할 때마다 달이 태양 빛을 반사하는 면적이 달라진다.

달의 위상변화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이 일직선에 있게 되는 위치를 '삭'이라고 하고, '삭달'이라고 한다.

누군가 나에게 '눈뽕' 즉, 조명을 내 눈에 비추고 있다.

눈이 부셔서 나와 조명사이에 누가 지나간들 누가 보일까?, 절대 보이지 않는다.

달도 마찬가지다. 태양과 거의 겹쳐 있으니, 우리가 지구에서 볼 수가 없다.

이 날을 음력으로 1일이라고 한다.

*음력 1일은 달이 보이지 않는다.

*이때, 여러 가지의 이유로 인해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나기도 한다.


달이 우리에게 처음으로 미소를 띤다. 약 45°. 이때를 '초승달'이라고 한다.

초(初) - 처음

승(昇) - 오르다 즉, 달이 처음 떠 오른다는 뜻!

우리 눈에는 달이 태양 빛을 받은 면적의 반의 반 1/8 부분만 보이게 되고, 손톱 같은 모습이 된다.

이 날은 음력으로 3~4일째 되는 날이다.


조금 더 옮겨져 갔다. 약 90°, 이때를 '상현달'이라고 한다.

상(上) - 위, 올라감

현(弦) - 활시위 즉, 활시위를 당겼을 때처럼 생긴 달이라는 뜻!

우리 눈에는 달이 태양 빛을 받은 면적의 반 1/4 부분이 보이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반달.

이 날은 음력으로 7~8일째 되는 날이다.


달과 지구 그리고 태양이 일직선에 있게 되는 위치, 드디어 '망'이고, '망달 또는 보름달'이라고 한다.

망(望) - 바라보다, 멀리 보다 즉,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을 온전히 마주 보는 날이라는 뜻!

마치 모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켠 듯, 보름달은 밤하늘의 화보 주인공과 같이 빛난다.


이 날은 음력으로 14~15일째 되는 날이다.

*이때, 여러 가지의 이유로 인해 커다란 지구가 달이 받을 태양빛을 다 막아버리게 되는 현상을

'월식', 완전히 가려지면 '개기월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추석과 설날(정월대보름)에는 보름달을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보름달이 크게 뜨는 날에 추석과 설날을 정했다고 할 수 있다.)


너무 들떠있는 망달을 기점으로 태양은 달을 낮추기로 한다. 약 270°. 이때를 '하현달'이라고 한다.

하(下) - 아래, 낮아짐

현(弦) - 활시위 즉, 줄어드는 활시위라는 뜻!

우리 눈에는 상현달의 반대 버전으로 보이게 된다. 우리가 보는 기준에서는 왼쪽으로 반달이다.

이 날은 음력으로 21~22일째 되는 날이다.


이제 달은 빛을 다 내어주고,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한다. 약 315°. 이때를 '그믐달 또는 회달'이라고 한다.

그믐은 순우리말로 '끝남, 다 닳음'이라는 뜻이며,

회(晦) - 어둠, 사라짐, 끝 즉, 완전히 어두워지는 달의 마무리 상태를 뜻한다.

우리 눈에는 달이 태양 빛을 받은 면적의 반의 반 1/8 부분만 보이게 되고, 손톱이 좌우반전이 된 모양.

이 날은 음력으로 25~27일째 되는 날이다.


이후 달은 다시 완전히 어두워지는 삭달이 됨과 동시에 새롭게 뜨는 달이 시작된다.


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얼굴을 바꾸며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그 변화는 너무 느리고, 너무도 조용해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지금이 달의 어느 시점인지, 한 달 중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를 알아챘다.

초승달이 뜨면 새로운 시작을 기대했고,

보름달 아래에서는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하는 시간에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

그리고 어두워져 가는 그믐달 아래에서는 한 달을 조용히 마무리하며, 기도했다.


렇게 달빛은 말없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2025년 6월 14일 (음력 5월 19일) 달의 모습

오늘 밤하늘이 맑다면, 약간 찌그러진 보름달을 볼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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