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실화바탕 영화 《위도우 게임》
⚠️ 스포일러 경고 : 이 글은 넷플릭스 영화 〈위도우 게임〉(2025)의 주요 장면과 결말을 포함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살인을 주도한 마헤가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은 볼 수 없다.
시종일관 자신이 수사망에 오를까 불안해하는 모습만 볼 수 있다.
〈위도우 게임〉은 2017년 스페인 발렌시아를 뒤흔든 "파트라이슈의 검은 독거미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간호사 마헤는 남편 안토니오를 내연남을 조종해 살해했다. 직접 칼을 쥐지 않았음에도 법원은 마헤에게 더 무거운 2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한 가중처벌이었다.
마헤는 결혼 한 달 전에도 바람을 피우다 파혼 위기까지 갔지만 안토니오가 용서하면서 결혼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외도는 계속됐다. 남편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면서도, 주변인들에게 남편이 자신을 집착하고 구속한다고 말한다.
✦ 십자가에 손키스를 하는 마헤
마헤는 바람을 피우고 돌아와서도 남편에게 당당하고 뻔뻔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침대에 눕기 전, 마치 루틴처럼 십자가에 손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단순한 위선이 아니다. 마헤는 신보수 가톨릭 공동체인 네오카테쿠메나도 가정에서 자랐다. 같은 공동체 아이들 외에는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생일파티도 가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간호학을 택하자마자 바르셀로나로 떠난 것도 그 환경에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탈출이었다.
십자가 손키스는 그 환경이 몸에 새긴 조건반사라 할 수 있다. 신앙심이 아니라, 손이 먼저 움직이도록 훈련된 것이다. 마헤에게 도덕은 내면의 목소리가 아니라 외부에서 부과된 코드였다.
이혼을 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편을 증오하고, 박대하고, 수시로 외도했지만 이혼은 거부했다. 그 환경에서 금기 시 되는 이혼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 마헤와 안토니오의 차 안에서의 대화
남편 안토니오는 차 안에서 회사 동료들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사망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들은 미망인들을 안타까워 하면서, 사망 보험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이 대목에서 마헤는 순간 말이 없어지고 차분해진다. 싸늘해진다.
이 장면이 영화의 분기점이다. 관객은 여기서 처음으로 마헤가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안토니오에게는 생명보험과 사고보험, 미망인 연금이 있었다. 이혼하면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마헤가 이혼 대신 살인을 택한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 아드레스, 그리고 살바 - 마헤의 살인 도구
영화에는 마헤의 내연남으로 아드레스, 살바, 다니엘이 나온다.
마헤는 먼저 아드레스에게 접근한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남편의 폭력을 암시했다. 그러나 경찰인 아드레스는 "신고하자"고 했다. 마헤는 싸늘해진다. 이 남자는 쓸 수 없다.
다음 타겟은 살바였다.
살바는 마헤의 이상형이 아니었고 경찰도 그 점을 주목했다. 중년의 유부남이었다. 살바 본인도 알고 있었다. 친구에게 "우리가 함께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이 돈 주고 만나는 거라 생각할 거야."
그 말이 맞았다. 살바는 거기까지 보면서도,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은 끝내 외면했다.
마헤는 살바에게 남편이 자신을 학대한다고 거짓말했고, 이대로면 죽고 싶다고 한다. 마헤는 살바에게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은 당신뿐이고, 안토니오를 제거하고 미래를 함께하자며 가스라이팅 한다. 구체적인 살인 계획을 준비하면서 살바를 재촉한다. 끝내 살바는 살인을 저질렀다.
나중에 체포된 후 심문 과정에서, 살바는 자신이 혼자 한 일이라며 마헤를 감쌌다. 하지만 마헤는 살바가 자신에게 집착해서 어쩔 수 없이 만났지만 역겨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 마헤의 민낯 - 도청
수사팀은 마헤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전화를 도청하기 시작한다.
마헤는 슬프고 가련한 미망인 코스프레를 해왔지만,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친구와의 통화에서 잘생긴 남자와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깔깔거린다. 이후로도 한달이 채 되지도 않아 여러 남자와의 다중연애와 이에 대해 엄마와 웃으며 대화하는 내용도 도청된다.
도청 중에 다니엘이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다니엘은 마헤가 기혼자인 줄도 몰랐다. 마헤가 전화로 자신이 기혼자이고 얼마 전 남편이 살해당했다고 하자, 다니엘은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우리 같이 살 집 보고 있지 않았어?"
살바가 살인 도구였다면, 다니엘은 살인 이후를 위해 준비한 남자였다. 마헤는 살바를 조종해 안토니오를 제거하는 동안, 다니엘과는 그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도청 내용으로 용의자에서 제외됐다.
✦ 다크 트라이어드
범죄학자 카르멘 코라치니는 마헤에 대해 사이코패스적 특성,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 이른바 다크 트라이어드로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다크 트라이어드는 심리학자 폴린 존스와 델로이 폴후스가 제시한 개념이다. 세 가지 성격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패턴이다. 공감이 결여된 사이코패스적 특성, 타인의 감탄과 복종을 요구하는 나르시시즘, 목적을 위해 인간관계를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마키아벨리즘. 셋이 함께 나타날 때 훨씬 정교하고, 오래 들키지 않는다. 실제로 이 사건의 수사도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법원 감정의는 마헤에게 사이코패스 진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어떤 정신장애도, 인격장애도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렇기에 코라치니의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보인다. 마헤는 병든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 결말 : 마헤와 살바의 실제 형량
2020년, 배심원 만장일치로 유죄. 마헤 22년, 살바 17년. 마헤가 더 높았다. 직접 칼을 쥔 것은 살바였지만, 살인을 설계한 것은 마헤였기 때문이다.
수감 중에도 마헤와 살바는 연애편지를 주고 받았다. 살바의 진술을 유지시키기 위한 마헤의 가스라이팅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살바는 마헤가 교도소 안에서 다른 수감자와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제야 살바는 진술을 뒤집었다.
마헤의 다중연애는 전략만이 아니라고 본다. 수감 중에도 멈추지 못했다는 것은 충동의 영역이기도 했다. 자기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반복했다. 그것이 살바의 진술 번복을 불렀고, 마헤의 형량을 확정시켰다.
새장에 갇힌 새를 보며 감정이입하던 마헤는, 결국 자신이 만든 새장 안에 갇혔다.
마헤는 지금도 수감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