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화이트 타이거》
⚠️ 스포일러 주의 — 이 글에는 《화이트 타이거》의 결말을 포함한 핵심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두 감독이 만든 것 같은 영화. 원작을 둔 영화의 한계일까?
한 사람은 섬세하고 세련되었는데, 한 사람은 다소 조급하다.
✦ 아쇽과 발람이 게임하는 장면
델리에 온 아쇽(주인)과 발람(아쇽의 운전기사)이 몽구스(아쇽의 형)가 떠나자 호텔에서 자유롭게 게임을 한다. 게임에 몰입한 발람이 앞으로 나가 화면을 가리자 아쇽이 자연스럽게 발람을 소파로 끌어 앉힌다. 발람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내려가 앉는다. 그 짧은 순간 계급이 몸에 얼마나 깊이 새겨져 있는지 보여준다.
✦ 칫솔질 장면
생전 처음 칫솔질을 하는 발람. 핑키(아쇽의 아내)에게 입냄새가 난다고 타박을 들은 발람은 시장에서 치약을 사온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원망스러움을 쏟아내듯 칫솔질을 한다. 왜 자신에게 칫솔질을 해야하고 사람들 앞에서 사타구니를 긁으면 안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냐고 한다. 발람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력이 매우 빛났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 하얗고 깨끗한 치아를 드러내는 발람의 얼굴이 나오면서 수미상관을 이룬다.
✦ 아쇽의 차 문을 열어주는 발람
초반에 발람이 문을 열어주는 걸 손사래 치며 사양하던 아쇽. 처음에는 아쇽도 핑키와 같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어느새 영화 말미에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깨인 척했지만 결국 계급 본능으로 돌아간 사람을 조용히 기록한 장면이다. 발람과 게임을 하던 아쇽은 변했다기 보다 원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섬세하게 표현된 장면이라면, 다음 장면들은 너무 설명적이지 않았나 싶어 아쉬운 장면이다.
✦ 닭장 장면
영화 초반에 닭장 장면이다. "이 나라의 1만 년에 달하는 역사 중 가장 위대한 유산은 바로 닭장입니다. 탈출 시도도 안 해요. 인도의 하인들 역시 그 닭처럼 길러졌습니다." 닭 모가지를 따는 장면까지 보여주며 은유를 시각화한다. 소파 장면처럼 보여주기만 해도 충분했는데, 감독이 참지 못하고 설명해버렸다.
✦ 분노 장면
발람이 누명을 쓰겠다고 서명하며 살짝 보이는 눈물은 좋았다 — 짓눌렸지만 그것이 부당하다는 걸 아는 눈물, 그 미세한 균열이 나중의 행동을 예비한다. 그러나 직후 장면에서 구두를 던지며 분노하는 장면은 다소 어설펐다. 또한 끓고 있는 주전자 클로즈업 이라던지, 현재의 발람이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분노가 끓는다고 말하는 장면 등은 여운을 끊어버리게 만들었다.
가장 복잡미묘한 장면은 핑키가 떠난 후에 나온다.
✦ 발람의 가스라이팅
발람은 아쇽의 가디건을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아쇽은 그것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발람은 아쇽의 차에서 기름을 뽑아 팔기도 하고 차로 택시 알바를 하는 가 하면, 아쇽은 발람이 지내는 바퀴벌레가 드글거리는 창고에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발람은 "핑키 마담이 떠나고 아내의 역할을 하는 게 제 의무라는 게 느껴졌죠"라고 말한다. 아쇽이 발람이 추천한 음식점에서 음식이 마음에 들어 "난 이제 발람이 먹는 음식만 먹을래"라고 하자, 발람은 묘한 표정을 짓는다 — 기쁨인지 계산인지 알 수 없는. 이후 발람은 핑키가 하지도 않은 말을 거짓으로 전하며 그를 조종하려 하고, 사원으로 데려가 핑키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려 한다. 취약한 아쇽은 그 안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나 몽구스가 오면서 모든 것이 깨진다. 기차역에서 발람은 마치 자기도 형제인 것처럼 아쇽 옆에 나란히 서서 몽구스를 맞이 하지만, 한껏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에게 몽구스는 자신의 커다란 가방을 던져주며 차를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발람이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 결론
원작의 문장이 이 전체 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내 진심 어린 걱정이 어디서 끝나고 사심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사랑의 가면 뒤에서 주인을 혐오하는가, 아니면 혐오의 가면 뒤에서 주인을 사랑하는가." 발람의 탈출이 자유를 향한 것인지, 아쇽이 될 수 없어서 파괴한 것인지 — 영화는 끝내 답하지 않는다. 아쇽은 미국물을 먹고 깨인 척했지만, 위기 앞에서 계급 본능이 튀어나왔다. 핑키는 애초에 인도 계급 구조에 감정적으로 투자된 것이 없었기에 더 쉽게 변화할 수 있었다 —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자유였다.
발람은 결국 닭장을 탈출했다. 그러나 닭장을 부순 게 아니라 닭장의 위쪽으로 올라간 것에 가깝다. 화이트 타이거라는 제목이 품은 아이러니가 거기 있다. 한 세대에 한 번 태어나는 희귀한 존재 — 그러나 그 자유의 대가와 한계를 영화는 끝까지 비추고 있다.
섬세한 장면들이 살아있을 때 이 영화는 빛난다. 조급한 장면들이 개입할 때 몰입감이 깨지는 건 아쉬웠다. 명작이라 하기엔 너무 고르지 않았지만, 좋은 장면들이 있는 영화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