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용기가 필요한 일
아들: 엄마 나 아기 때 웃는 모습 좀 보여줘
엄마: 아기 때 모습?
아들: 응, 아주 어릴 때 아기 때 모습
엄마: 아이고 걷지도 못하고 기어 다닐 때네
아들: 예뻐 예뻐
엄마: 예뻐?
아들: 응, 아가다 아가
엄마: 맞아 아가 때 모습이네
아들: 어? 아가 우는 모습도 있네
엄마: 그러게 왜 울고 있지?
아들: 슬픈 일이 있나 봐
엄마: 삐져서 울고 있는 거 아니야? 삐지지 마~
아들: 근데 가끔 내 마음속에 삐지는 마음이 생겨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어른은 많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아이는 오늘도 해낸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이유는 이성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것을 드러내기 어려운 이유는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직시와 표출은 이성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기 마음속에 가끔 삐지는 마음이 생긴다는 아이의 순수한 고백에는 용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속을 모두 꺼내보여도 별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고백을 다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 속을 드러내보여도 이 관계에 어떠한 진동도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견고한 믿음 아래 아이는 담담히 자기 속 마음을 꺼내 보인다. 그 뽀송하고 몽글한 마음을 앞에 두고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올바른 형태로의 정형이 아니라 그저 그 형태 그대로 품어주는 것이리라.
무슨 말을 해도 튕겨져 나오는 경험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것은 이해와 공감이 결여된 대화다. 공격과 방어로 이루어진 문장의 주고받음은 결코 대화가 될 수 없다.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을 내 아이 대하듯 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최대의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아이가 자기 속을 순순히 드러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다. 적어도 그 기간만큼은 아이의 모든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겠노라 다짐해 본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나의 삶의 전반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아이는 오늘도 나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