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상한 일도 많지
아들: 하하하. 나는 정의에 용사 슈퍼 마리오다.
아빠: 나는 정의에 용사 루이지다.
아들: 아니야 아빠는 악당 쿠파야.
아빠: 알았어, 그럼 나는 악당 쿠파다! 마리오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아들: 응? 나는 용사라서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용서를 안 해?
아빠: 악당들이 그냥 맨날 하는 말이야
아들: 아니야,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은 용사가 하는 거야
아빠: 그런가?
아들: 응! 그런데 아빠, 악당도 엄마가 있어?
아빠: 그럼 악당도 엄마가 있지
아들: 그런데 왜 악당이 됐지
세상 모든 것에는 그 뿌리와 근원이 있다. 꽃의 근원은 씨앗일 것이며 마음의 근원은 기억일 테다. 극악무도한 악당에게도 엄마와 아빠가 있다. 엄마가 있는데 왜 악당이 됐느냐는 아이의 질문은 천진하다. 엄마라는 존재가 베푸는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이 그렇고, 사랑을 받았으면 악당이 될 리 없다는 인과관계의 일대일 대응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자애롭지 않은 부모,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은 사건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삶과 진실은 불편을 동반할 때가 더 많다. 부모답지 않은 부모는 도처에 널려 있고 원인을 알 수 없이 발생하는 사건은 일상적이다. 그런 이유로 부모로부터 비롯되는 사건은 멈출 날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인과관계를 규명하려는 일은 부질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제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아이의 세계에서 아직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기보다 거짓의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둘 수 없다고 봐야 더 적절할 테다.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이는 언제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적어도 아직까지는 부모의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해맑은 소리를 할 때마다 기쁨과 슬픔의 눈물이 동시에 차오른다. 티 없이 맑은 영혼으로 잘 자라나고 있구나, 구김 없는 성격으로 외부의 것들을 굴절 없이 받아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겠구나, 고갈 없이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는 충돌, 돌출, 일렁임과는 거리가 먼 성향을 띠는 사람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것은 평화다. 평화가 도달할 곳은 안정된 토양이다. 그곳에서 흔들리거나 휘청대지 않고 곧고 바르게 살아갈 아이를 생각하면 그게 그렇게 기쁠 수 없다.
기쁨과 동시에 슬픔이 밀려온다. 아니 슬픔이라기보다는 염려의 마음이라고 봐야 더 적절하다. 세상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면 어쩌나,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의도 없는 상처를 주면 어쩌나, 선의가 선의로 되돌아오지 않을 때 느낄 당혹스러움을 어떻게 소화하려나, 선함이 기본이 되는 모든 생각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을 어떻게 감당하려나, 이는 신뢰, 사랑, 화평을 기본값으로 갖춘 사람이 언젠가 맞이해야만 할 삶의 진실이다. 그것은 혼란이다. 혼란이 도달할 곳은 어지러움이다. 견고한 안정과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자라온 사람은 사랑의 울타리 너머에 존재하는 무수한 비인간적인 것들과 마주할 때 크나큰 혼란을 겪는다. 예외적인 상황, 변칙적인 사람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어김없이 휘청대며 살아갈 아이를 생각하면 그게 또 그렇게 염려스럽다.
악당에게도 엄마는 있다. 사랑을 받아도 악당으로 성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상한 일은 언제 어디서나 생성된다. 내가 본 적 없었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느낄 뿐이다. 모든 이상한 일은 사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늘 발생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것을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