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갈증
엄마: 아들은 유치원에서 엄마 생각 얼마나 해?
아들: 많이
엄마: 언제 엄마 생각을 해?
아들: 밥 먹을 때도 엄마 생각을 하고 소풍 가면서도 엄마 생각을 하고 놀 때도 엄마 생각을 해
엄마: 그렇구나 엄마도 하루종일 우리 아들 생각해
아들: 그런데 집에 올 때 버스에서 내리면서 엄마를 보면 엄마 생각을 안 해
유치원 생활이 어떤지 궁금한 마음에 저녁에 식구들이 모두 집에 모이면 아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유치원에서 점심밥은 무엇을 먹었는지, 간식은 어땠는지,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벌써 사춘기가 온 것도 아닐 텐데 아들은 아들인 모양인지 물어보는 말에 대꾸를 하지 않을 때가 열에 아홉이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물어보지도 않은 말까지 재잘거리며 폭풍 수다를 떨 때가 있다. 게다가 그런 날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부모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할 만큼 예쁜 말을 마구 쏟아낸다.
엄마가 하루종일 보고 싶었다며 엄마에게 눈웃음을 치며 안기는 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의 현현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아름답고 숭고하다. 세상 모든 기쁨과 환희를 응축한듯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그 웃음 앞에 세상 모든 근심과 고민은 잠시일망정 발 붙일 틈 없이 쫓겨난다.
아이의 하원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부는 퇴근을 서두른다. 다행스럽게도 부부의 퇴근시간과 아이의 하원시간이 얼추 맞아떨어져 부부 중 한 사람은 하원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맞이할 수 있다. 아이는 늘 같은 방향에 앉는다. 유치원 하원 버스가 우리 집 도로 건너 맞은편에 나타날 때 아이는 창문 너머로 엄마나 아빠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본다. 천진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아이를 바라보며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가 끝났음을 실감한다.
아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자신의 집 앞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자기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반가운 마음과 함께 긴장은 느슨해졌으리라. 간혹 우리 부부 둘이 함께 서 있거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나와 있는 날이면 아이의 얼굴엔 함박 미소가 피어오른다.
갖고 싶거나 도달하고 싶은 무언가에 손이 가 닿기 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에 대해 생각한다. 며칠이 걸리기도 몇십 년이 걸리기도 하는 그 지향점에 도달하게 되는 순간 그간의 갈망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갈망의 자리를 기쁨이 대체하게 된다면 그 갈망은 적절하고 올바른 갈망이었을 테지만 갈망의 자리에 허무와 공허가 들어서게 된다면 그 갈망은 애초에 잘못된 욕망이었음이 틀림없다.
하루종일 엄마가 보고 싶었지만 엄마를 보자마자 더 이상 엄마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며 웃음 짓는 아이의 갈망은 참된 갈망이 분명하다. 엄마와 마주함과 동시에 갈망은 해갈되고 그 자리에 순수한 기쁨이 들어차기 때문이다.
타는듯한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달콤하고 톡 쏘는 맛이 있는 탄산음료가 아니라 맑고 깨끗한 물 한잔이다. 우리는 그런 것을 갈망해야 한다. 아무리 집어삼켜도 끊임없이 새로운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들로는 결코 해갈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