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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Mar 10. 2024

공부해야 하는 이유

스스로 찾아라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3월이면 초등교사들은 아이들과 레포 형성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삼는다. 그것은 앞으로 1년간 진행될 학습과 생활지도의 효과를 극대하기 위함이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귀담아들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학 첫째 주에는 양한 활동과 이야기들을 잘 버무려 귀한 선물 보따리처럼 하나씩 풀어놓는다.


매년 그 주제와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늘 빠지지 않고 이야기하게 되는 주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 학창 시절 한 번쯤은 품어봤을 법한 의문, "도대체 공부를 왜 해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인간은 모두 어설프게나마 철학자가 된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나름대로 삶에 대한 해답을 내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삶의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인생을 가로질러야만 도달할 수 있는 삶의 의문들에 대해 답을 내어놓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인생을 관통하는 질문에 대하여 어린 시절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져본 사람들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데 조금은 덜 방황하고 조금은 덜 혼란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비록 교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정답은 아닐지언정 다양한 생각을 제시하고 각각 어떤 경험을 통해 그러한 답을 도출하게 되었는지 상세히 설명하다 보면 아이들은 아직 자신이 겪지 않은 인생의 흐름에 대해 인지하게 되고 그인식의 확장은 아이들로 하여금 이전에는 생각해 볼 수 없던 선택의 길을 하나 열게 만든다.


요즘 티브이에 얼굴을 자주 비추는 정승제 수학 강사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직업"적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나중에 직장인이 될 것이라면 그것은 누군가가 너를 뽑아주길 기대하는 것인데 본인이 사장이라고 생각할 때 스스로를 위해 공부를 안 한 사람(학벌이 좋지 않은 사람)이 우리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할까? 학벌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똑똑한 놈을 뽑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그 증거로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본 적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다", "그럼 또 나는 자영업 할 거니까 공부 안 해도 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 맞아. 꼭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무언가를 열심히 해본 사람은 자영업이건 예술이건 뭘 해도 자기 삶을 잘 살아간다. 그래서 지금 공부하지 않는 대신 너는 무엇을 열심히 하고 있는가. 네 스스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데 자영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학생신분으로 나와 남을 가장 납득시킬 수 있는 노력의 결과물이 공부다. 사람들은 학벌 좋은 사람한테 기회를 주려고 해. 나랑 같이 해볼래? 이런 제안을 한다고."


어쩌면 이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자녀나 학생에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먼저 꺼내드는 대표적인 논리일지 모른다. 벌이의 규모를 떠나 스스로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어른은 오롯이 한 인간으로 자립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본소득을 제외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돈을 버는 방식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거나 스스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는 자영업자가 되는 길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돈벌이의 최우선적 도구이자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서 공부를 대하게 된다. 이는 인간의 실존에 대해 고하거나 다양한 밥벌이의 가능성에 대해 개진하는 사람들의 반대를 받을지언정 여전히 다수의 어른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공부해야 하는 제1의 원칙처럼 자리 잡고 있다.


변호사를 겸하고 있는 유휘운 행정법 강사10대 때 했던 걸로 평생을 우려먹을 수 있는 것은 학력밖에 없다 학력은 일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가성비 좋은 구임을 강조한다. 정승제 강사와 마찬가지로 공부를 인생이라는 미션을 클리어하는데 활용할 효과적인 도구로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오은영 박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결과보다 열심히 했던 그 과정을 기억하 인간은 그 기억을 동력 삼아 살아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점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했던 그 기억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래서 열심히 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오은영 박사의 말은 과정의 중요성과 자기 효능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한길 국사  학창 시절의 성공경험과 패배감은 공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부를 통해 패배감이 아닌 성취 경험을 가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이라면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공부와 성적이라는 공공의 적 앞에서 당당히 싸워 이겨낸 사람들이 성공경험을 갖고 그것을 발판 삼아 뚜벅뚜벅 인생을 걸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말은 모두 옳으면서 모두 틀릴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정답이 될 수 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완전히 무용한 말이기 때문이다. 인용한 사람들이 변호사, 의사, 일타 강사 등 주로 공부를 통해 부와 명성을 얻어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명인들의 말을 인용하여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공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다양한 생각을 전달해 주기 위함이다. 조금 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부 말고 다른 것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공부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봐야 할 테지만 그런 자료는 아무래도 수요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줘야 장사가 되는 매체의 특성상 구하기가 어렵다.


어찌 되었건 결국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역시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유를 찾는 데 성공한 학생은 공부를 해나갈 것이고 다른 이유를 찾아낸 학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꼭 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지만 어찌 되었건 무엇이든 하거나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던져대며 그것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돕는 방법이라 믿는다. 그렇게 개학 첫 주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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