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어떡하냐..." 영화가 끝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말. 세상엔 정말 내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딘가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현재의 일이자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일이라는 것, 도무지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만큼 두꺼운 그늘이 뒤덮고 있는 버려진 아이들의 삶.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그렇게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나는 왜 행복하면 안 되냐는 말을 남긴 채 엄마(케이코)는 아이들을 버리고 자기 삶을 찾아 떠난다. 무책임함의 극치이자 불성실함의 표본인 케이코는 첫째 아키라에게 "너만 믿는다"는 말과 함께 막중한 부담감을 떠넘긴 채 아이들을 유기한다. 버려진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날짜가 지나 폐기된 삼각김밥을 받아 끼니를 때우고 공중전화에 남은 동전을 모아 생활한다. 공과금을 납부하지 못해 수도, 가스, 전기가 끊기고 샤워와 용변은 근처 공원에서 해결한다. 아이들만 남기고 간 집의 월세는 일말의 죄책감 때문인지 엄마(게이코)가 얼마간 다달이 보내는 듯 보였지만 그마저도 어느 순간 끊어지게 된다.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잊겠다는 엄마의 못된 의지는 아이들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는 확신을 안겨준다.
첫째 아키라는 가장 먼저 엄마로부터 유기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장남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인지 투박하지만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둘째 교코는 돈을 모아 피아노를 사겠다고 말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엄마의 옷장에 들어가 앉아있고 엄마의 옷을 버리려는 아키라와 대립하는 등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지만 그마저 어느 순간 체념으로 바뀐다. 셋째와 넷째는 아직 어린 유아에 가까워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베란다에는 먹고 남은 컵라면에 심어진 여러 씨앗이 가득하다. 희망을 꽃피우고 싶다는 의지였을까? 하지만 아이들만 남겨진 좁고 지저분한 집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어쩌면 영화 내내 보인 유일한 희망의 단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마저도 떨어져 깨지는 장면이 나올 때면 일말의 희망조차 없음을 암시하는 듯 해 더욱 암울한 느낌을 받는다. 막내인 넷째 유키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화분을 매만지다가 떨어져 뇌진탕으로 죽는다. 죽은 동생의 장례를 아이들끼리 치르기에는 돈도 방법도 역부족이다. 유기된 아이들은 제도권의 혜택에서 소외된다.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탓에 입학통지서가 날아오지 않아 공교육을 받지 못하고, 아이들은 서로 뿔뿔이 흩어질까 두려워 경찰이나 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동네를 배회하던 첫째 아키라 곁에 두 명의 친구가 생긴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수다를 떨고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해 보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력자가 나타나는 것인가 싶어 반가웠던 마음도 잠시, 그들은 편의점에서 도둑질을 하고 첫째 아키라에게도 우리는 친구이니 다음번 도둑질은 네가 하라고 권한다. 동네를 배회하던 아키라는 우연히 왕따 당하는 한 소녀(사키)를 만난다. 소녀는 아이들의 집을 왕래하며 서로 마음을 나눈다. 돈이 필요하다는 아키라를 위해 소녀는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벌어 아키라에게 건넨다. 아키라는 부정한 방법으로 벌어온 돈을 건네는 사키의 손을 뿌리치며 달아난다. 한동안 소녀와 교류가 뜸해졌지만 막내 동생의 죽음 앞에 아키라는 유일한 사회적 연결망이었던 사키를 찾아간다. 죽은 막내 동생에게 공항을 보여주고 싶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아키라. 사키와 아키라는 캐리어에 막내 동생을 싣고 공항에 가 묻는 기행을 벌인다.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와, 제도와,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도시에서 살고 있으나 원시적인 형태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따듯한 울타리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주인공 아키라의 얼굴에 잠시일지언정 미소가 스치는 장면이 세 번 나온다. 아직 엄마가 떠나기 전 함께했던 저녁식사 시간, 동네 야구부의 임시 선수로 시합을 뛰던 순간, 사키가 차가운 음료수를 얼굴에 갖다 대며 장난칠 때 번진 미소. 부모, 사회적 관계, 사랑.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는 어쩌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실화라는 점이 무엇보다 끔찍하고 안타깝다. 시스템이나 사회 안전망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이 대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제도와 사랑에 앞서 아이들이 안전한 가정 안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하여 이토록 큰 바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더 이상 아무도 모르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순진한 희망과 함께 안전한 가정 속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여건이 조금 더 나아진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