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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Aug 11. 2020

교사들은 왜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할까?

일종의 직업의식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교사들은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일의 본질과 아이들의 특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교사들이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른다.


어떤 일에 있어서 건, 그 일에 관여하는 사람의 건강상태나 마음가짐, 만족감이나 행복감과 같은 종합적인 개인의 컨디션이 좋을수록 일에 대한 결과물, 즉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날 잠을 못 잔 상태로 일을 하는 것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일을 하는 것, 아침부터 부부싸움을 하고 출근하는 것과 아침에 사랑 넘치는 인사를 주고받은 뒤 출근하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존재하며 이것은 일터에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침부터 교통사고가 나서 기분이 좋지 않은 판사에게 판결을 받아야 하는 상황, 전날 잠을 못 잔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손가락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기장이 조종하는 비행기에 타야 하는 상황 등을 생각해보면 답이 보인다.  


일이라는 것은 어떤 종류가 되었건 반드시 특정한 결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것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고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우리의 마음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교사의 일이라는 것도 그러하다. 혹자는 학원에서 다 배워 온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무슨 가르칠 것이 있느냐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학교와 교사가 하는 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이라고  수 있다. 물론 교사의 일 중 가장 우선순위로 꼽히는 것이 가르치는 일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니 가르치는 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나의 컨디션이 좋고 내가 행복으로 충만해 있을 때 아이들에게 더욱 풍부하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고 아이들 개개인에게 맞는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물, 생산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학교의 결과물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이의 시험 성적을 일점 올리는 것일까? 어제 싸웠던 아이가 오늘 친구들과 잘 지낸다면 그것이 과연 교사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제까지 편식을 하던 아이가 오늘 갑자기 음식을 골고루 먹게 될까? 학교생산성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것 같다. 결코 측정할 수도 없고, 무엇을 측정해야 될지 어떻게 측정해야 될지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고 장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사람에 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소리가 아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리기 위해서, 교사는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이들에게 부모와 교사는 거대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교사와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 그 사이에 일관성, 눈빛, 비언어적 표현과 언어적 표현, 숨길 수 없는 감정의 뉘앙스, 이런 것들을 어른들은 알지 못해도 아이들은 아주 세세하게 캐치하며 그것들을 자신을 세상으로 흡수해낸다. 


이런 스펀지 같은 아이들 앞에 서서 배움과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올바른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야만 하는 교사는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더불어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그들 또한 행복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녀 인생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이런 종류의 일이기에 교사들은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고 최면을 건다. 이것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위해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 나로 하여금 최선의 것을 흡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종의 직업의식이라고 할 수 있겠.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리 거대한 것이 아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나와 우리 가정이 행복해질 때 세상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결국 수신이 기본이라는 말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져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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