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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Oct 14. 2023

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수수팥떡>


어머니는 미신을 믿는 편이시다.


과거에 듣고 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같은 시대를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전설의 고향'급 레퍼토리들인데.


가령 임산부는 절대 살아있는 동물을 해쳐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액운이 따른다고 하셨다.


동네 살았던 한 여인네가 임신했을 때 쥐를 죽였는데, 아이가 구순구개열(언청이)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이라고 대꾸할 뻔했지만 생각해 보자. 모든 전설과 동화에는 상징과 의미가 있지 않은가.


유독 임산부에게만 가혹한 인과응보를 말하려는 이유가 뭘까.


아무리 미물이라도 죽는 순간 한을 품으면 해를 끼칠 수 있으니 새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라면 매사에 몸가짐을 조심해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려는 게 아닐까.


시어머니는 한결같은 믿음으로 악귀 쫓는 팥으로 만든 '수수팥떡'을 아이가 10살이 되는 생일 때까지 만들어주셨다.

수수가루를 익반죽해 팥고물을 묻힌 동글동글한 떡은 시루떡과 비슷해 평범한 맛이었는데.


사랑하는 손자, 손녀의 액운을 막아 건강하게 자라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만드셨을 테다.

사실 맛도 별로이고, 미신 같기만 한 떡의 의미에 '굳이, 힘들게?'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비과학적 믿음 때문에  고생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오래된 것은 모두 미신이고 악습인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조상에서 자손으로 전해진 지혜를 인공지능시대에선 다 거짓이라고?


사랑하는 이들이 건강히 잘살길 기원하는 마음과 정성이 커서 믿음이 된 게 아닐까, 그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삭막해지는 시대에 정작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흘렀고, 도리어 내가 샤머니즘과 토속신앙에 관심이 생겨버린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호러 스토리를 쓰고 있으니 말 다했지 않은가.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건 남녀관계뿐만이 아니었음을.


수수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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