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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May 04. 2024

혼자하는 쓸모없는 짓을 예찬함


만약에 '모없는 짓에 진심인 사람  콘테스트'가 열린다면 최소한 동메달은 딸 자신이 있다.


그거 하면 쌀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잔소리하는 엄마의 말에 욱하긴커녕 "그러게 말이야..."하고 셀프디스를 하는 경지에 오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쓸모없는 을 해왔다.

정확히 말하면 노력해 왔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투쟁해 왔다.


학창 시절 범생이 생활을 하며 억눌려왔던 끼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폭발해 버린 건지, 원래 타고난 베짱이인데 개미 가면을 쓰고 사느라 맛이 가버린 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회사 다닐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맘속에 사표 한 장 품고 살다가 이때다, 싶으면 과감하게 던져버렸다.


그러다 아껴주시는  대표님을 만나는 바람에 10년 가까이 한 곳에 정착하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런 내가 가정을 이뤄 20년 넘게 한 남자와 사는 것도 기적이랄까.

물론 속으론 자식들이 스무 살 넘기만 해 봐, 양육의 책임을 다했으니 엄마사표, 아내사표를 던져버려야지 생각하며  버텼다.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한지도  어느새 십 년이 넘었다. 계약을 따내기도 했지만 열심히 해도 성과 없는 세월이 길어졌다. 그 시간 동안 주변에 보여줄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짓눌렀다.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지는 나를 구한 건 바로 '쓸모없는 짓'이었다. 특히 혼자 하는 쓸모없는 짓들 - 글쓰기,  그림 그리기, 독서, 산책 등등- 이 십중팔구였다.


처음엔 성과도 없는데 쓸데없는 짓에 돈과 시간까지 쓰니 할 때는 즐겁지만 하고 나면 죄책감마저 들었다.

그래도 꾸준히 했다. 인내심과 꾸준함이 유일한 장점이었으니까.


쓸모없는 짓을 계속  sns에 올려 좋아요,를 받는 즐거움도 있지만 사진들이 모일수록 작품 같았고 예뻤다. 남의 눈엔 시시껄렁해 보이겠지만. 


쓸데없는 짓을 할수록 잡념이 사라지고, 메마른 우물 같던 감성과 창의성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힘으로 장편을 한편 한편 완성해 낼 수 있었다. 팔아서 돈이 되지 못한 작품이 다수지만 그럼 어때,라는 배포까지 생겨났다. 계속 버티는 것이 재능이고, 이기는 것이다.


장편을 완성하기 위해 에너지소모가 얼마나 큰지 써본 사람은 알 거다.

그런 에너지를 이끌어내 주고, '빨리빨리'와 성과에 목메는 사회에서 나를 구원해 준 '쓸모없는 짓'들을 예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쓸모없는 짓의 쓸모 <혼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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