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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와인처럼 숙성되는 우정

- 1일1드로잉100 (13)

by 선홍


만난 지 30년이 되어가는 친구의 생일축하를 해주기 위해 주말아침부터 나선 길.


같이 나이 들어가는 우정은 좋은 와인이 숙성되는 것처럼 향기롭다.

친구와는 정치성향부터 결혼유무까지 같은 점이라곤 없는데도 이렇게 오랫동안 우정을 유지하는 것도 신기한데.


대화내용에 부쩍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올해 유독 건강이야기를 많이 된 것이다.

눈코입부터 어깨, 허리, 다리까지 안 아픈 데가 없는 부모님을 지켜보는 나이가 되어서다.


애초 인간의 몸은 100세까지 살도록 창조되지 않았다는 걸 원치 않지만 알게 된다.


나이 든 몸의 아픈 곳을 완전히 고칠 수 있는 의료기술은 아직 없기에 여기저기 땜질하듯 고쳐가면서 오랜 시간을 살 수밖에 없다.

무릎을 고치고 나면 허리가 더 안 좋아지고, 허리를 좀 고치고 나면 이가 아파 임플란트를 할 일이 생긴다.

임플란트도 잇몸이 건강해야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픈 것도 문제지만 병원비도 심심치 않게 드는데.


젊을 때 몸을 아낄 줄 모르고 부어라 마셔라 했다면 업보처럼 적이 몸 여기저기에 드러나고야 만다.


흰머리가 늘고 뱃살이 나오는 건 기본 옵션, 거기에 병까지 추가된다면 우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 부족한 인간의 육체를 오랫동안 데리고 살려면 좋은 걸 먹이고, 운동하고, 충분히 자게 해야 한다.

알죠, 알면서도 잘 안되지요.


친구와 브런치 먹고 쇼핑 좋아하는 시기를 지나 이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서로의 머리숱을 걱정해 주는 나이가 되었다. 커피도 '아아'보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라고 잔소리하면서.


친구야, 건강 잘 유지해서 우리 오래오래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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