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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Jul 01. 2024

나의 촌스러운 노포식당 <구포국수>


며칠 전 가족을 만나기 위해 KTX를 타고 구포역에 내렸습니다.


어릴 적에도 시골처럼 여겨지던 구포역은 지금도 큰 변화 없이 오래되고 정감 있는 모습입니다.

그 앞을 잠시 걸으니 '구포국수 체험관'이라는 곳이 눈에 띄네요.


어릴 적에 엄마가 국수를 자주 해주셨는데요,

멸치를 잔뜩 넣어 우려낸 육수를 만들고, 국수를 탱탱하게 삶은 후 고명으로 데친 부추를 잔뜩 올립니다.

그 위에 고춧가루 양념장을 살짝 얹어 먹으면 비릿한 고소함이 일품인 국수가 되지요.


지금도 멸치육수 냄새만 맡으면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조선시대부터 구포는 곡물이 모이는 곳으로 6.25 때 피난민들이 몰려와 본격적으로 국수가 만들어졌대요. 혼분식 장려정책으로 1980년대 호황기를 맞아 부산대표음식이 됐습니다.

구포국수의 짭짤하고 쫄깃한 면발의 비결이 바다와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이라는군요.


성북동에서 우연히 들른 '구포국수'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엄마의 국수맛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구수한 멸치육수와 부추의 조화... 캬, 그리운 바로 그 맛입니다.


몇 년을 다녀봐도 맛에 변화가 없어서 더욱 좋은 곳입니다. 그 비결을 여쭤보니 주방장이 바뀌지 않아서 그렇다는 답을 해주셨어요.

전라도 대표선수 중 하나인 홍어삼합과 경상도의 멸치국수가 만나 환상의 궁합을 맛보게 해 줍니다.

거기에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절로 어깨춤이 나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대를 이어 장사하는 노포들은 손님이던  아이가 자라 부모가 되어 자기 자식을 데리고 오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그런 노포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이 되지요.


그런 노포들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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