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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Jul 20. 2024

나의 촌스러운 노포식당 <시원한 평양냉면>


초복을 지나 여름의 클라이맥스로 다가가는 시점입니다. 더워질수록 입이 당기는 음식 중에 냉면만 한 게 있을까요.


면을 좋아하는 저는 비 오는 쌀쌀한 날엔 김치와 호박만 넣은 걸쭉한 칼국수가 당기고, 더위를 인식하는 순간 냉면, 밀면, 메밀국수가 절로 생각납니다.

다양한 면종류가 많은 나라에 살아서 행복하지요.


특히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필동면옥'은 충무로에 있는 영화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필수선택이었던 곳입니다.


점심시간에 시원하게 한 그릇 들이켜도 좋고, 저녁시간에는 제육 한 접시와 소주를 같이 곁들이면 근사한 한 끼가 되죠.

요즘엔 가격이 올라서 만만한 한 끼가 아니지만요.


처음에 간 것은  아주 오래전 영화사 신입이었을 적 회식자리였습니다.

맛집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엥? 이 밍밍한 맛은 뭐지?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이후에 중독이 되어 좋은 사람들을 데려가서 물냉면을 사주면 걸레 빤 물 같다며 당황하더라고요.

사준 사람으로서 참 면이 서질 않는 순간.

그래놓곤 상대도 중독이 되어 자꾸 가더란 말입니다!


육향이 나는 맑은 국물에 빨간 고춧가루가 인상적인 이곳의 심심한 평양냉면의 매력이 대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의 개성적이고 자극적인 음식맛과는 다른, 심심하고 정갈한 맛이 우선 끌리는 요소입니다. 화이트 원피스를 입은, 화장을 적게 한 미인 같다고나 할까.


요란하지 않으니 다소 거칠고 차가운 면 맛에 오롯이 집중이 됩니다. 자신의 존재를 조용히 온몸으로 외치는 음식 같아요.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화려한 설정 없이 단순한 포맷이기에 음식에 더욱 집중될 수 있는 것처럼요.


좀 보라며 소리치지 않고, 남의 시선에만 매달리지도 않고, 내 본성에만 집중해 은은히 빛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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