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쉰김치의 변신비결>

시어머니의 가정식에 대해 쓰면 쓸수록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듯 특별해 보이는 음식이라곤 없는데, 왜 내가 만든 반찬보다 맛있는가 하는 점이지요.

두부구이, 콩나물무침, 김치볶음 같은 것에도 맛차이가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그 점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첫 번째로 베이스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뭔 말인고 하니 두부를 구울 때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시는데,  대기업 시판 들기름을 쓰는데 이질감이 없는 저완 달리, 국산 들깨로 짜는 곳인지 아닌지 따지시죠.

들기름은 하루 한 숟가락씩 섭취하면 노화예방에도 좋다는 금기름이지요.

비교해서 먹어보지 않으면 절대 차이를 알 수 없죠. 시어머니가 따져서 구매한 들기름으로 구운 두부는 겉이 노릇하게 잘 구워져 바삭 촉촉합니다.

또한 콩나물무침에 넣는 간 마늘과 깨도 맛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게 됐지요.

저는 간 마늘 또한 대기업이 파는 걸 사서 먹어요. 지퍼백에 넣고 소분해 쓰기 좋게 만든 다음 냉동해 놓습니다.

어른들은  필요한 만큼 마늘을 까서 다지시던데 너무 번거롭잖아요? 손가락에서 마늘 냄새가 잘 안 빠지기도 하고요.

시어머니도 간 마늘을 다져서 냉동해 쓰시는데요, 차이점은 시장에서 햇마늘을 잔뜩 산후 다 까서 다져놓으시지요. 다져놓으신 마늘양을 보고 입을 떡 벌렸어요.

혼자 먹을 것만 만들면 안 해도 될 노동인데 식구들, 지인들 나눠줄 생각으로 하시는 거죠.

두 번째로 음식을 함부로 버리지 않으신다는 점입니다.

김치가 오래되면 흐물흐물해지고, 심하게 쉰 맛이 나죠. 저는 멋모르고 버린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그런 김치를 물에 씻으세요.

그 김치를 프라이팬 위에 들기름을 두른 후 넣고 볶아요. 간 마늘 조금, 설탕 조금 추가하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실 거예요. 반찬 만들 때 들기름과 마늘만 있으면 웬만한 맛이 완성됩니다.

거기에 맛소금을 넣든 간장을 넣든 알아서 간을 추가하면 되죠.

요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고 하죠.

기초, 베이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오늘도 맛있는 한 끼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