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기사에서 2020년 생애주기 소비와 근로소득 흐름을 나타낸 통계를 소개한 적이 있다.
10대에는 근로소득을 창출할 능력이 없으면서 소비를 하므로 당연히 적자를 나타내고, 20대 중 후반부터는 근로소득이 생기고 그 소득이 연령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상승하면서 소비를 앞질러 적자를 흑자로 돌리게 된다. 그 추세를 따라 40대 중반(2020년 기준 43세)에 최대 흑자를 기록한 후, 60대에 들어서면 다시 소비가 소득을 앞서게 되어 적자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시사점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10대의 적자인생과 60대의 적자인생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
둘째, 40대가 흑자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난히 어깨가 무거워 보이고 심신이 지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10대가 근로소득 없이 소비가 가능한 것은 그 소비를 위한 금전이 부모의 주머니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두 번째 이유인 40대의 흑자 아닌 흑자 인생과도 연결된다. 부모가 만들어낸 근로소득의 그 흑자 분이 고스란히 10대의 적자를 메우게 되는 흐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10대의 부족분을 40대의 여유분이 메우다 보니 10대에서 40대까진 상보적 흐름을 보인다 쳐도 50대를 넘어서 60대의 부족분은 아예 답이 나오지 않게 된다. 이것이 10대의 적자와 60대 적자의 차이점이다. 10대의 부모 지원만큼 60대에도 적자를 보전해 줄 어떤 담보나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그 답은 결국 흑자인생으로 한창 달리고 있는 30대-50대 사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자녀의 양육과 내 노후간의 밸런스 조정은 결국 젊은 이 시절이 좌우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생애주기 소비와 소득흐름이란 그래프는 매우 흥미로운 것 같다. 밸런스 조정에 포커싱 할 생각은 커녕 하루가 반복되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본인을 되돌아보지도 못한 채 어느덧 적자인생으로 들어서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땐 이미 흘러간 시간을 돌이킬 수가 없다. 100세 시대 속에서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가 참 두려운 것 같다.
욜로...‘내일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젊은 이 시절을 그냥 흘려 보내지 마라’ 등 젊을 적 온갖 소비를 자극하는 유혹들이 명언과 조언으로 포장되어 등장한다. 젊은 시절 재테크를 공부하고 내 돈을 모으고 불리고 지키는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히 돈을 향한 욕망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분명히 60대 이후 필연적으로 대면할 수밖에 없는 적자인생에 대한 준비와 걱정이 본능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적자인생을 깨닫게 되는 것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 같다. 물이 발바닥만 적셔도 침수에 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리만치 차오르고 나서야 위기감을 직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결과도 책임도 결국 내 몫이다. 이를 받아들이기가 감당이 되지 않을 땐 투사의 대상이 국가나 타인을 향하게 되면서 왜곡된 사고와 행동이 나온다.
생애주기 그래프는 길이와 폭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원리인 것 같다. 큰 틀에서는 이미 정해져 있는 흐름이기에 우리는 이에 대한 자각과 준비가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