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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노트 Nov 16. 2023

33. 온탕과 열탕사이

- 갑자기 뜨거운 열정보단 미지근하게 오래가는 열정이 좋다.

아산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출장이 있어 용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렀는데 평일 한낮이라 그런지 한적하니 좋았습니다.  

몸도 찌뿌둥한 것이 얼른 따뜻한 탕으로 들어가고 싶었지요.  


날이 추워서 그런지 바로 뜨거운 열탕이 생각났습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들어갔더니 와아...


온몸이 짜릿짜릿하게 혈액순환되면서 나도 모르게 약한 신음이 터져 나오는 뭐 그런 기분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5분 정도 지나자 내가 받아들이기엔 다소 높은 온도를 몸도 직감했는지 처음의 쾌감은 사라지고 이내 그 자리를 벗어나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샤워를 하고 이번엔 조금 미지근한 탕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저도 모르게 20분 정도 잠이 든 것 같습니다. 짧은 순간의 짜릿함은 없었지만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고 노곤노곤 눈이 감기는 릴랙스함은 뜨거운 열탕보다는 미지근한 온탕이었습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목표를 향해 달리기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열정'을 사전적 의미로 검색해 보면 '어떤 일에 갖는 뜨거운 마음'이란 뜻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선 일단 뜨거움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뜨거움도 정도가 있습니다. 정도에 따라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미지근하게 그 온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정'하면 확 달아오르는 뜨거움을 주로 떠올리지만 미지근한 열정도 있다 하겠습니다. 



보통 경쟁이 붙었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열탕으로 직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붙고 성과도 바로바로 나올 땐 재미있기도 합니다. 남들과 비교해서 앞서갈 땐 묘한 쾌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몸처럼 열탕에 익숙지 못해 결국 나오게 된다면 몸은 금세 식어버리고 맙니다.  



뜨겁게 불타는 열정도 좋지만 미지근하게 오래가는 열정이 저는 더 좋습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했다면 목적지를 향해 내가 지쳐서 튀어나와 식어버리지 않을 정도의 온도에 맞춰놓고 가면 됩니다. 


나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기에, 지금 내 몸이 불타고 있는지, 식고 있지는 않은지 체크하면서 일정한 온도만 유지해도 저는 충분합니다. 충분히 쉬고 꿀잠을 자고 그다음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몸을 감싸면서 피로를 날려주지만 뜨거운 온도를 오래 버티지 못해 자리를 급히 벗어나는 열탕보다 지그시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온탕이 좋습니다.



50점을 받다가 갑자기 80점을 받으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그 후 85점을 받으려고 하니 버겁습니다. 그다음이 참 부담이 됩니다. 되려 70점으로 내려갈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급하게 30점을 올려버린 내 열정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60점 , 65점 하나하나 쌓아가며 75점을 거쳐 80점이 된다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85점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가끔 걷다가 쉬기도 하고, 돌아보기도 하고 다져가며 도달한 80점은 든든합니다. 



너무 급하게 온도를 높이며 뜨거움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 식지는 않아야겠습니다. 불을 끄지만 않으면 됩니다. 내 그릇 크기에 맞게 미지근하게만 놔두어도 언젠간 끓습니다. 



내 그릇의 크기를 확인하고 내 그릇을 데우는 열정의 온도도 다시 한번 점검해 봅니다. 심신이 지쳐 내가 만들어낸 열탕을 잠깐 벗어나고 싶어 하지는 않는지 돌아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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