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에 대한 생각

by slow snail

1분 1초가 금싸라기 같은 아침 시간,

따뜻한 밥과 찬이 다 식어가도록 딸아이는 화장실 거울 앞을 떠나지 못한다. 한참 후에 마무리 짓는가 싶더니 또다시 자기 방 거울 앞에 서서 앞머리에 손을 댄다. 이번에는 앞머리를 길러보려고 한단다. 거실과 화장실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정리하며 한마디 한다.

"앞머리는 원래 한 번은 기르고, 한 번은 자르고 그러는 거야."

"아... 근데 앞머리가 자꾸 떠!"

"괜찮아, 많이 뜨지도 않았고, 그 정도면 아무도 몰라, 어서 밥 먹어."

"내가 안단 말이야. 내가 신경이 쓰인다고~~!!"

"에구... 그러게 말이야. 하나님은 사람을 디자인했을 때 왜 머리카락이 자라도록 디자인했을까? 머리카락 말고 손 좀 덜 가는 그런 모습으로 디자인했으면 좋았을 텐데..."

"머리카락이 있어야 예쁘지!?

좀 편한 거 어떤 거?"

"글쎄..."

갑자기 떠올리려니 생각이 잘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매번 손질해줘야 하고 정기적으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머리카락 말고 다른 대안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거북이 등딱지 같은 그런 거라고 말했다. 딱딱해서 머리뼈 기능도 한 번 더 대신할 거고, 비바람과 뜨거운 열과 차가운 냉기도 어느 정도 차단해줄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티슈로 한 번씩 닦아 주기만 하면 되는 편리함이 가장 강점일 듯했다.


프흣~~!

혼자 상상하고 혼자 웃음이 터져버렸다.

온 세상 사람들이 바가지 하나 씌워 놓은 듯 둥그런 모습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나님의 속성 중 아름다운 속성을 생각해볼 때, 머리가 거북등처럼 디자인된 사람들은 내재된 아름다운 속성들을 어떻게 풀어낼까?

애완동물 코너에서 파는 소라게 껍질처럼 화려하게 페인트칠을 할 것도 같고, 동물의 털가죽으로 뽐을 낼 것도 같다. 결론은 인간은 머리카락이나 다른 어떤 모습이나 아름다움을 위해 손길을 더할 거라는 거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머리카락이 아름다움을 표현할 최상의 설계라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타고나는 색깔의 다양성도 있겠지만, 기술을 이용한 광범위한 색깔 내기가 가능하다.

다양한 길이의 머리, 웨이브 등을 통해 무수한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이만한 설계가 없다.

무수한 선택의 기회라는 또 다른 이름이 이 머리카락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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