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
유퀴즈에 '빌 게이츠'가 출연했을 때 추천한 책이다.
방송이 나온 지는 꽤 됐지만, 이제야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현대 문명이 작동하는 물리적 기반을 설명하는 책이다.
정치적인 주장이나 이념, 희망적 메시지 등은 많지 않다. 단지 '팩트'가 무엇인지 짚어주는 책이다.
에너지, 식량, 자원, 산업, 인구 등 많은 요소들이 수치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구조 위에서 유지되고 있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책의 핵심은 단순하다.
이 세상은 몇 번의 '혁신'으로 엄청난 변화를 맞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 문명을 작동시키는 원리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맞고 있고, 탈 탄소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전환. 우리는 금방이라도 화석 연료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심지어 여러 국가들이 그러한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우리 현대 문명을 돌아가게 하는 기반이며,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에너지 총량과 물질 흐름을 고려했을 때, 그 전환은 그렇게 빠르게 이루어질 수 없다.
식량문제만 해도, 농업에 필수적인 질소비료를 생산하는 데에 천연가스가 큰 비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 연료, 식품 운송과정 등에 들어가는 화석연료도 제할 수 없다.
또 석유는 합성 섬유, 플라스틱, 아스팔트 등 연료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해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와 결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이 책은 낙관이나 비관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의 제약을 무시한 기대가 얼마나 위험한지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읽는 내내 나도 우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읽었다.
이 책은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 제시되는 해결책이 터무니없지 않도록, 실현 가능한 범위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탄소 문제, 기후 위기, 에너지 전환 등 우리는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계 단위의 '메타인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실질적 구조에 대해 인지를 덜 한 사람들이 '세상이 돌아가는 구조에 대해 인지를 많이 했다고 착각'한 채로 모여 해결책을 제시한들, 실현 불가능한 허상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책에 직접적으로 저런 문장들이 쓰여있지는 않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위와 같다.
세상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또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리고 세상은 오해로 가득하다.
이 책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직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