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윌 헌팅]

엄청난 천재이면서, 동시에 그저 치유가 필요한 한 사람의 이야기.

by 실레

오늘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윌 헌팅은 주인공의 이름으로, 한 시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정도의 천재로 묘사된다.

그는 고아로 자랐으며, 엄청난 지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MIT 청소부로 일하며 친구들과 술 마시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그리고 예민하고 폭력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나온다.

윌은 천재이지만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자기 방어기제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버림받기 전에 먼저 남에게 상처를 주려하는 인물이다.

필즈상을 받은 교수가 2년에 걸쳐 증명한 문제를 그 자리에서 풀어버리는 천재이지만, 윌은 친구들과 모여 술 한잔 마시러 가는 것에 더 기쁨을 느낀다.

모두가 윌에게 재능을 발휘하라고 말하지만, 윌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교수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손쉽게 풀어내며 자신은 이런 문제를 푸는 것은 매우 쉽지만 매일 책상에 앉아서 해답을 내는 일만 반복하며 살고 싶지 않다며 오만함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윌은 말 그대로 시대를 바꿀 능력이 있는 천재로 나오지만, 길을 잃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그저 방황한다.

윌은 폭력적인 가정, 어린 시절 각인된 상처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먼저 벽을 세운다.

엄청난 천재성으로 인해 오히려 더 예민한 성향을 보인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격인 윌의 상담자 '숀'이 윌에게 '너의 영혼을 울리는, 너에게 도전을 주는 사람이 누구냐'라고 질문하자 윌은 '셰익스피어, 니체, 프로스트, 오코너, 칸트, 포프, 로크' 등을 언급한다.

숀이 죽은 사람 말고 주변에 없냐고 묻자 윌은 단호히 없다고 말한다.

윌은 오만하고,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똑똑한 인물이어서 '지식인'을 깔보는 인물이다.

그런 윌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는 인물은 나타나기 힘든 것이다.

오히려 멍청하고 불량스러운 짓만 일삼지만, 자신에게 가장 의리 있는 친구들이 윌 세상의 전부다.


그런 윌도 영화 속에서 사랑에 빠진다.

윌의 여자친구는 스탠퍼드 대학원에 가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나야 할 때, 윌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윌은 같이 갔다가 자신이 짐짝처럼 여겨지면 그땐 어떡할 거냐며 자신을 반품할 수도 없을 텐데 그런 중대한 문제를 쉽게 결정하지 말라고 한다.

윌에게 여자친구의 사랑은 닿지 않는다. 윌은 두렵다고 말하고, 여자친구는 자신도 두렵지만 사랑한다고 말한다.

윌은 화를 내며 거부하고, 여자친구는 윌에게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전까지 너를 사랑하겠다고 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귀찮게 굴지 않고, 전화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윌은 그녀에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리고 만다.


그런 윌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상담자 숀이다. 윌에게 진심 어린 모습으로 다가가며 윌도 조금씩 숀에게 마음을 연다.

영화의 후반부에 숀은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말한다. 윌은 처음에 '네 알아요'라고 말하지만, 숀은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윌은 그 자리에서 펑펑 울며 눈물을 쏟는다. 윌은 천재 혹은 문제아이기 이전에 그저 상처받은 한 사람이었다.

영화에서 오직 숀만이 그런 상처받은 윌의 모습을 제대로 봐준다.

윌은 숀을 통해 자신의 삶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게 된다.


1997년에 개봉한 오래된 영화이지만, 지금 봐도 명작이라고 부를만한 영화다.

죽은 시인의 사회(거기 나오는 선생님이 굿윌헌팅에 나오는 숀이다. - 배우 로빈 윌리엄스), 포레스트 검프 등 오래된 작품 중 지금도 빛이 나는 작품들이 많다.

굿 윌 헌팅도 그러한 작품이다. 영화, 음악, 그림, 문학 등 모든 장르에서 명작은 시대를 뛰어넘는다.


이 영화는 재능 있는 사람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영화는 왜 어떤 사람은 능력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가를 묻는다.

그 답은 지능도, 환경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믿어주는 진정한 의미의 친구가 있냐의 문제다.

윌은 결말에서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랑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성장이다.

영화 속 윌은, 자신은 학문에 엄청난 재능이 있지만 (수학, 과학을 넘어 거의 모든 학문의 천재로 나온다.)

자신이 진정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우리도 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윌은 좋아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른다.

윌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지 않고 있었다.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모른다면 그저 길 잃은 아이에 불과하다.

나를 포함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우리는 길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길을 찾기 힘들 때 이 영화를 보면 위로가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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