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글이나 두꺼운 책을 읽기 위한 전략

어려운 책에 도전하고 싶은데 안 읽힌다면,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전략이다

by 실레

두꺼운 책을 펼치는 순간, 마음이 먼저 접히기 마련이다.

책을 읽고 싶은 도전심은 있지만 엄두가 나질 않아 책의 내용을 요약한 영상을 찾아다니게 된다.

페이지 수를 보는 순간 '이걸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두께도 문제지만, 내용이 어려운 글은 더하다.

한 문단을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다가 책을 덮게 된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면, 문제의 원인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전략 부족이다.


처음부터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어려운 글을 읽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모든 문장을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학술서, 인문서, 경제서 등 어려운 분야의 글은 원래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다.

처음 읽을 때는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구조를 파악하는 중이다."

이해 안 되는 문장은 체크만 하고 넘어간다.

용어는 굳이 바로 찾아보지 않는다.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만 본다.

이렇게 1차 독서는 지도를 그리는 밑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확 줄어든다.


책을 쪼개서 읽어라.

700페이지짜리 책을 '읽어야 할 한 권'으로 인식하면 시작도 하기 싫어진다.

대신 이렇게 쪼개는 게 좋다.

목차에 나와 있는 챕터 하나, 혹은 소제목 하나, 혹은 문단 별로 쪼개도 좋다.

이렇게 쪼개고 나서, 그 쪼갠 챕터를 다 읽으면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인지하게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우리 뇌는 무언가 일을 끝마치면 뿌듯함이 찾아온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다 보거나 영화 한 편을 다 봤을 때 '끝'이 났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그게 뿌듯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두꺼운 책을 볼 때는 '한 챕터'를 목표로 하여 그 챕터가 마무리되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챕터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한 챕터를 끝 냈으니 다른 책을 본 뒤에 다음 챕터를 보는 등 '다 읽었다'는 느낌이 들게끔 하는 것이다.

뇌는 완료 감각을 좋아한다. 작게 쪼개야 계속 읽게 된다.


위에 말한 방식을 적용하려면 '병렬 독서'를 하는 것이 좋다.

두꺼운 책 하나만 붙잡고 있으면 금방 지친다.

현실적인 방법은 병렬 독서다.

어려운 책 1권, 가벼운 소설이나 내가 흥미를 많이 느끼는 책 1권을 번갈아 읽는 것이다.

집중이 안 되는 날엔 가벼운 책을 읽고,

머리가 맑은 날엔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매일 책을 펼쳐서 읽는다는 사실이므로, 이런 방법은 꾸준한 독서를 가능케 해 준다.


끝까지 안 읽어도 괜찮다고 허락하는 것도 좋다.

중간까지만 읽어도 된다, 건너뛰어도 된다, 읽다가 중간에 덮어도 된다라는 마음가짐을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아이러니하게도 끝까지 읽게 된다.

왜냐하면 두껍고 어려운 책은 '시작'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작'의 장벽을 무너뜨리면, 의외로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는 큰 어려움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 책을 읽을 때 '중간에 포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읽는 것이다.

완독보다 중요한 건 읽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책을 읽다 보면 두껍고 어려운 책도 망설임 없이 집어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왜 읽는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이 책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넓히고 싶다"

"이 분야의 기본 개념을 익히고 싶다"

"이 분야에 호기심이 강하게 들어서 그냥 이 분야에서 유명한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

등등 이 책을 내가 읽는 이유를 확실히 정해보라.

내가 읽는 이유를 내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책이 더 잘 읽힌다.

본인이 읽는 이유를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어디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책을 고른 이유와 무관하게 책을 집어 들고 나서는 '책을 끝까지 읽자'라는 생각만 남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고른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 뒤에 책을 읽는다면 책을 읽다가 막히더라도 책을 집어든 이유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꽤 큰 차이다. 그러니 책을 읽기 전에 책을 읽는 이유를 문장으로 정리해 보는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


어려운 글이나 두꺼운 책은 한 번에 정복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

그냥 대충 읽고, 한 번에 책의 내용을 다 흡수하기보다는 여러 번 보고, 이해가 안 돼도 넘길 수 있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독서는 내가 원해서 읽어야 좋다. 독서를 부담스러운 숙제로 남겨서는 안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어려운 글을 읽는다면, 어려운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게 된다.

어려운 책을 읽었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자신감을 안겨준다.

그러니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데, 책이 두껍고 어려워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 위에 소개한 방법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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