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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May 09. 2024

고양이 이름 지을 때 참고하면 좋을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53

   - 고양이 이름 지을 때 참고하면 좋을 독일문학     

    요즘 집 근처에 삼색 고양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먹이를 챙겨주는 동네 주민들 덕분에 집 근처에는 고양이들이 자주 보이는 편이다. 내 멋대로 고양이 이름 붙여주기를 좋아하는데, 턱시도를 차려입은 턱시도 고양이는 까치, 노란 털의 고양이는 인절미, 새까만 고양이는 검은콩으로 지어 불렀다. 이번 삼색 고양이는 뭐로 지으면 좋을지 친구 A를 만남 김에 물어봤더니...      



     “너 이름 짓는 센스가 영 별론데? 고양이한테 까치가 뭐냐. 부를 때 귀여운 맛이 전혀 없잖아. ‘미츄’어떠냐? 괜찮지? 어디서 나온 이름이냐고? 내가 얼마 전에 엄청난 그림책을 발견했는데 말이야. 발튀스라는 프랑스 화가가 어렸을 때 고양이를 우연히 데려와서 키우다가 잃어버린 거야. 고양이를 찾으러 어둑한 밤에 촛불 하나 켜서 찾아다녔는데도 찾지를 못해. 발튀스는 당시 열세 살이었는데, 그림 솜씨가 좋았나 봐.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어. 그리고 엄마의 애인이 이걸 책으로 엮는 걸 도와줬대. 근데 그 애인이 누구게? 



라이너 마리아 릴케! 대박이지. 엄마 애인이 릴케라니! 릴케는 그림책을 만드는 걸 도와주면서 앞부분에 글도 써주었어. 이게 엄청나게 감동이었어. 어린 소년이 고양이와의 이별에 얼마나 상심이 컸겠어? 릴케의 글에선 ‘상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상실은 슬프고 괴롭지만, 곧 완벽한 소유를 의미기도 한다고 알려줘. 우리가 무언갈 잃었을 때, 잃어버린 것은 곧 내 안에서 계속해서 기억되기에 오롯이 완벽한 나의 소유가 된다고 말이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나로서는 릴케의 글을 읽는 순간 그동안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에 대한 상실감에 위로받는 기분이었어. 



맞아. 나는 비록 수많은 상실을 경험했지만, 그것들은 내 안에서는 더욱 존재하며 떠나간 적이 없거든. 앞으로의 상실에 대해서도 조금은 의연해질 수 있을 것만 같았어. 그림 속 고양이 너무 귀엽지 않니? 어쩜 이렇게 어린 소년이 그림을 잘 그렸을까? 그러니깐 릴케가 알아보고 그림책까지 만들자 했겠지? 어때? 이름 미츄! 아니면 츄로 끝나는 이름은 어때? 귀엽지 않니? 아츄, 대츄, 단츄. 상츄. 츄츄츄...” 


미츄 뒷표지


   아니 도대체 고양이 이름 아이디어를 요청하는데 왜 그림책 영업까지 간 거지? 근데 귀엽네. 츄로 끝나는 거. 괜찮네. 츄츄..츄..츄러스가 먹고싶군.     



<미츄 / 발튀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윤석헌 옮김)/ 암실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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