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t Ding will Weile haben.
아프면 서럽다.
혼자 아프면 그 서러움이 두 배가 되고, 외국에서 아프면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서럽다.
아무리 강한 척해도, 아플 때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게 된다. 이건 내 고향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에서는 그 느낌이 두 배로 강하다.
독일인들은 아프면 곧바로 병가를 내고 충분히 쉬는데, 회사에서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 쉬는 걸 잘 못하겠다.
아프면서도 꾸역꾸역 출근을 했다가 결국엔 더 심하게 아픈 나를 보며, ‘이론과 실전은 역시 다른 법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아프면 쉴 수 있다’는 독일식 사고방식에 적응하려고 애는 쓰지만 결국엔 기어코 출근을 하는 나란 녀석..
감기 기운이 느껴지면 레몬을 통채로 입안 가득 먹고, 약도 챙기지만 여전히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는다. 지혜로운 어른들이 가르쳐준 소금가글도 해보았지만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만다. 내 방식이 분명 뭔가가 잘못됐음이 틀림없다..
시간이 지나 컨디션이 조금씩 나아지자, 나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창고에 넣어둔 1000피스짜리 스타워즈 퍼즐을 꺼내왔다.
나는 우리 학교아이들이 하는 50개~100개 퍼즐들을 눈 감고 할 정도로 손쉽게 해 봤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 퍼즐도 하루 만에 다 끝낼 수 있다 생각하였다. 아이들용 퍼즐을 해 놓고 자신만만해져서는 '나는 퍼즐천재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던 거다. 허허..
퍼즐 조각은 생각보다 작았으며, 1000개의 퍼즐조각은 참으로도 많았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나는 한참 동안 조각들을 바라본 후 절망했다. 1000개 중에 5개 정도를 맞췄는데 갑자기 머리가 팽글~ 돌아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누가 시작이 반이래.. 아이고 어지러워.. 난 못해..'
그렇게 1000개의 퍼즐 조각은 방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었고 나는 퍼즐을 볼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아 괜히 샀네 저거!' 하면서 말이다.
당장 버려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 싶어 다시 하나씩 맞춰보기 시작했다.
조각이 하나씩 맞춰질 때마다 작은 성취감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위안을 얻었다. (유학하면서 배운 끈기와 인내가 여기서 빛을 발한 셈인가.)
퍼즐을 완성하고 나니, 퍼즐이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앞이 깜깜해 보이지만, 한 조각씩 맞추다 보면 결국 전체 그림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독일에서의 삶도 처음엔 막막했지만, 조금씩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목표를 하나둘씩 이루게 된 것과 같다. (성취감에 괜스레 철학적인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있다.
Gut Ding will Weile haben.
(좋은 일은 시간이 걸린다.)
이제 이 멋진 퍼즐 작품을 벽에 걸어두고, 독일에서의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