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집안 곳곳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엥? 이게 무슨 물이지?'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슈무지가 지나간 자리에만 물방울이 남아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유심히 관찰해 보니, 녀석의 코에서 한두 방울씩 콧물이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콧물 뚝뚝..)
요 며칠 날씨가 풀린 듯해도 아침저녁은 여전히 쌀쌀한데, 그 와중에도 매일 산책을 나가더니 결국 감기에 걸렸나 보다.
게다가 최근에 집에 손님도 자주 왔고, 나도 바빠서 생활리듬이 좀 깨졌는데, 아마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아픈 게 아닐까 싶다. 안쓰럽기도 하지…
좀 덜 예민했으면 좋겠지만, 슈무지는 나랑 오래 지내서인지 어느새 내 성격까지 닮아버린 것 같다.
슈무지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작은 상자 속에 들어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곤 계속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힝… (속상..)
나는 집안의 창문을 모두 닫고 따뜻하게 한 후, 슈무지에게 따뜻한 물과 사료를 줬다.
할짝할짝 잘도 먹어주니 얼마나 다행이던지. (고양이는 화장실을 안 가거나, 사료를 먹지 않으면 정말 안 좋은 시그널이니 무조건 당장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한다.)
해가 지자마자 외출금지령을 내렸지만, 슈무지는 서럽게 울어대며 항의했다. 원래라면 나가는 시간인데 못 나가게 하니 꽤나 억울했나 보다.
아무튼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이웃이 들었으면 무슨 큰일이 난 줄 알았을 것이다..
잠잘 시간이 되고, 내 침대에는 두꺼운 담요를 깔아놨는데, 슈무지는 금세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아이고, 누울 자리는 잘 찾는다니까!” 하며 귀여움에 웃음이 났다.
다음 날 아침, 냥이는 여전히 콧물을 흘리면서도 햇볕을 쬐러 나갈 준비를 했다. 현관문 앞에 앉아서 "문 빨리 열라옹~ 나갈 시간이라옹~" 하며 야옹야옹 거렸다.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 산책을 내보냈는데, 평소 같으면 신나게 뛰어다닐 녀석이 금방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딱한 것..)
평소엔 습식사료를 하루에 한 번만 주지만, 감기에는 따뜻한 음식이 좋다기에 하루 세끼를 따뜻한 습식사료로 챙겨드렸다. 얼마나 맛있는지 슈무지는 수염과 입 주위에 사료를 잔뜩 묻혀가며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집에서 요양한 슈무지는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아주 쌩쌩한 모습으로 회복했다!
정말 회복 능력이 대단한 녀석이다!
아프지 말거라, 털 무지 많은 슈무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