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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왜 방충망이 없을까?

by 하스텔라
왜 방충망이 없지?

한국에는 방충망이 없는 집은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 모기 한 마리만 들어와도 전쟁을 시작한다.


그런데 독일은?

방충망이 없다. 아예 없다.


그렇다면 독일 사람들은 창문을 어떻게 열고, 벌레는 어떻게 막는다는 걸까?



처음 유학을 왔을 때, 나 역시 작은 날벌레 하나만 나타나도 깜짝 놀라며 기절초풍을 하곤 했다. 창문을 열 때마다 벌레가 들어올까 봐 걱정했고 혹여라도 벌레가 눈앞에 나타나면 질색팔색을 했다.


근데 왜 독일에는 방충망이 없을까?

독일에는 벌레가 적나? 없나??


그 이유를 들여다보자.


1. 기후와 날씨

독일의 여름은 한국보다 짧고, 덥지 않다. (밤에도 더운 열대야 현상은 길어야 3일정도 이다. 물론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나날이 늘고있는 추세긴 하다.)

평균 기온도 낮고 습도도 적어서 벌레가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는다. 여름철 잠깐 벌레가 나타나는 시기가 있지만, 대부분 1~2주 정도로 매우 짧다.


2. 자연과의 조화

독일 사람들은 자연과의 조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벌레를 없애야 할 존재로 보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인다. 창문을 열면 벌레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한 일로 여기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


3. 벌레에 대한 높은 내성

앞부분과의 같은 의미로, 독일 사람들은 벌레가 집 안에 들어오는 것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느 날 독일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그 친구 집 화분에 빈대(Wanze) 몇 마리가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쟤네도 쉴 곳이 있어야지"라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소오름..)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벌레를 두려워했던 이유가 단순히 개인적인 성향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독일 빈대 (Wanze)


4. 창문 구조

독일의 창문은 대부분 '틸트 앤 턴(tilt-and-turn)' 구조다. 이 창문은 수평으로도 열리고, 수직으로 기울여서도 열 수 있다.

덕분에 창문을 열어도 벌레가 쉽게 들어오지 않고, 실내 공기를 환기하는 데도 매우 효율적이다.


5.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

독일 사람들은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방충망을 설치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공기를 받아들이고, 벌레도 가능한 한 해치지 않으려 한다. 자원을 덜 쓰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한 삶이라고 믿는다.



결국, 독일 사람들이 방충망 없이도 벌레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기후, 문화, 건축 구조, 환경 의식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벌레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고,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와 벌레를 자유롭게 들이는 삶.


처음에는 벌레 하나에 기겁하던 나도 이제는 잔디밭에 맨발로 누워 있을 만큼 자연과 가까워졌다.


이 작은 문화적 차이는 우리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벌레와 방충망이 없는 삶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방식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생각하려고 애쓰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여전히 집 안에 파리 한 마리만 들어와도, 이건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침입자라고 느껴진다!!!


결국 나는 종이 들고, 신문 들고, 거실을 헤집으며 파리 한 마리를 쫓아다닌다.


자연과의 조화는 알겠는데, 그 조화는 내 집이 아닌, 밖에서 이루어졌으면.. 하하


게 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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