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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람들의 유별난 바다사랑

제2의 독일

by 하스텔라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는 바닷가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마당이 있는 2층 집에서 사는 것. 내 오랜 꿈이다.

특히 바다를 보기 힘든 내륙국가인 독일에서 살다 보니, 이런 욕망은 점점 더 짙어졌다.


나에게 ‘휴가’란 곧 ‘바다가 있는 곳’을 의미한다.

거센 파도를 맞고, 부드러운 모래 위에 누워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면, 그냥 모든 게 좋다.

햇볕 쬐는 게 취미라서 집 앞의 큰 호수 옆 테라스에 누워 있어도 되지만, 바다 내음을 맡으며 누워 있는 것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번에는 의자를 빌려봤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바다를 좋아했다.

부모님과 주말마다 전국 곳곳을 여행 다녔는데, 그 수많은 여행 중에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대부분 바닷가에서의 기억들이다.

어디였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파도에 소리 지르며 뛰어들던 순간들과 모래성을 만들며, 하염없이 햇볕을 받던 그 장면들만은 유난히 또렷하다.

아마 나는 그때부터 바다를 사랑했던 아이였던 것 같다.

파도타기는 너무 재밌어서 꺅!! 소리가 절로난다!!!



나는 지금도 햇볕을 쬐는 걸 좋아한다.

피부색도 남들보다 좀 더 까무잡잡해서, 한국 친구들 사이에선 종종 ‘검은콩’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 말이 그 당시에는 촌스러움의 대명사 같아서 무척이나 싫었는데, 지금은 싫지 않다!


오히려 햇볕을 닮은 사람 같아서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런 바다에 대한 갈망은 나만의 로망이 아닌 듯하다.

유럽의 바닷가 마을, 특히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해안 도시들을 가보면, 그곳은 거의 ‘제2의 독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서든 독일어가 들리고, 해변의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는 독일어 안내판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

심지어 현지인들 중에는 영어는 못하지만 독일어는 곧잘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도대체 독일 사람들이 얼마나 쌔가빠지게(!) 이곳들을 찾았으면, 영어보다 독일어가 더 통하는 상황이 된 걸까.

이건 거의 집단적인 향수, 혹은 자연을 향한 본능적인 귀소본능인가.


아마 몇십 년 뒤에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난 바다가 정~~말 좋다!


아니면,

그냥 로망은 로망으로 남을지도?

사람 일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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