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너처럼 해맑았단다
별아, 이젠 정말 너를 보내야 하는 날이야.
이른 아침, 퉁퉁 부은 두 눈을 뜨자마자 예쁘게 잠들어 있는 너에게 다가가 아침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나설 채비를 했어.
나름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준비하면서 전부터 봐놓은 반려견 장례식장으로 향해야 했거든.
준비하면서도 문득 눈에 들어오는 네 모습은 평소처럼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아 누나는 실감이 나지 않더라.
그러다 불현듯 현실을 마주하고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눈을 마주하고, 말을 나눴는데...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따뜻했는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계속 내 눈이 예전의 너를 찾아 헤매.
결국은 잠들어 있는 너에게 머물고 말지만...
아직 내 옆에 있는 너는 여전히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럽구나.
너를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
이른 아침, 11월의 가을 하늘은 눈이 부시게 맑고 깨끗했어.
코끝을 스치는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 색색으로 예쁘게 물든 단풍과 높이를 알 수 없이 맑은 쪽빛 하늘.
근래 들어 가장 깨끗한 가을날씨에 들떠 잠시 무거웠던 마음은 잊고 마치 다 같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달까?
"별아~ 네가 떠나는 날이 이렇게 맑아서 다행이야." 라며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던 것 같아.
아마 하늘도 너의 무지개여행 첫날을 알았던 걸까?
장례식장에 도착한 후, 복잡 미묘한 감정에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었던 거 같아.
벌써인 듯... 아니면 결국인 듯...
반려견 장례지도사분들께 너를 부탁하며 정말 마지막으로 짧은 인사를 나눴어.
간 밤에 나눈 인사가 무색할 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지만 막상 입에서 나오는 말은
"잘 가. 사랑해. 곧 보자."
나는 무슨 말을 너에게 하고 싶었던 걸까...?
너의 사진과 간식, 장난감으로 꾸며진 예쁜 단상이 마련된 작은 방.
감사하게도 그 방에서 네가 떠나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어.
여전히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잘 가." 뿐이었지만 너를 향한 내 온 마음을 그 한마디에 담았던 거 같아.
정말 잘 가길 바랐거든...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그곳으로... 가다가 행여나 헤매지 말고 잘 도착하길...
잠시 후, 화장이 마무리되고, 나름 크다고 생각했던 덩치에 맞지 않은 작고 작은 뼈만 남아 있는 네 모습을 보니 오히려 담담해지더라.
"정말 네가 떠났구나... 우리 별이, 오래 아팠는데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되겠구나."
우리는 네 유골을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들어 보관하기로 결정했어.
사실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잘 선택했다 생각해.
작은 유리함에 보관된 옥빛 스톤을 보며 그래도 네가 함께하고 있다 생각이 들어 조금은 위로가 되더라.
장례가 끝나고, 우리는 금빛 보자기를 두른 작은 함을 받아 들고는 장례식장을 나섰단다. 그 함이 뭐라고... 누나 양손에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 몰라. 혹시나 흔들릴까 조심히... 또 조심히...
눈이 부시게 맑은 하늘과 눈이 부시게 빛나는 금빛보자기. 눈이 부시게 찬란했던 나의 별.
감사하게도 네 여행길을 환영하는 듯 모든 게 완벽한 하루를 선물 받은 것 같아 누나는 너의 마지막이 슬프지만은 않았단다.
별아, 네 여행길은 안녕하니?
*메모리얼 스톤 : 칼슘으로 이루어진 뼈를 고온에 녹여 용융하여 한 방울씩 식혀 만든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