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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Mar 29. 2023

이름(Name)

별이라는 이름


별아, 왜 이름을 별이라 지었을까?


네 이름을 지을 때 가족 모두 고민을 했었지. 누나는 센스 있는 사람이 못 돼서 흔하디 흔한 이름 밖에 떠오르지 않더라. 정말 멋진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어떤 이름이 좋을까 생각하며 너를 한참 살펴보던 중 엉덩이 부분의 털만 유독 하얀 털이었는데 그 모양이 딱 별 모양이지 뭐야? 다소 엉뚱해 보이고 그간 고민한 게 다 헛수고 같지만 보는 순간 딱 정했어.

"그래! 오늘부터 네 이름은 별이야! 별아~"


막상 짖고 나니 별이라는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반짝반짝 거리며 바라보던 두 눈빛은 정말 밤하늘에 별 같았거든. 아쉽게도 귀여운 엉덩이 별 모양은 크면서 점점 사라졌지만 말이야.

내 하늘에 가장 빛나는 별. 12년 간 수도 없이 불러본 네 이름. 별이 들어간 노래나 책, 티브이 방송, 그저 길을 지나가다 발견한 '별' 글자만 봐도 너를 떠올리며 어느새 미소를 머금게 돼. 별이가 별이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그런데 별아, 그땐 네 이름이 보이기만 해도 그저 좋았는데... 네가 떠나고 나니 야속하게도 별이라는 글자가 왜 그렇게 많은지... 마냥 웃음이 나던 '별'이라는 단어에 이렇게나 목이 메어올 줄이야.

별과 관련이 없는 평범한 단어인데도 별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가슴 한편이 쿵하고 내려앉아. '글자일 뿐인데 뭐 그리 유난이냐!'며 스스로도 주책인가 싶어 정신 차리자 책망해 보지만 주체할 수 없이 밀려오는 슬픔을 이겨낼 재간이 없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자주 보기 힘들고 어려운 단어로 네 이름을 지을 걸...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모를 그런 이름 말이지... 그럼 이렇게 수시로 마음이 아프진 않았을 텐데...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별이라는 글자에 아파하다가 문득 마주친 시 한 구절. 어렸을 때 국어시간에 배웠지만 그땐 와닿지 않았던 시구의 의미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_ 김춘수 시인 <꽃> 중


너의 이름을 별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별이라는 글자에 네가 존재하기 시작한 거야.

살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름이 가진 힘을 너를 떠나보내고 '별'이라는 글자에 허덕이고 나서야 깨닫는구나. 영원히 '별'이라는 이름에 존재하는 너만 떠올려도 사무치는 그리움에 힘들겠지만 내 안에 별이 너로 존재하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도 깨닫게 되었어.

나에게로 와 별이 되어 준 소중한 나의 별. 너는 누나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줬을까? 누나는 네 안에서 어떤 존재였을까? 나중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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