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소리일기 ep.68
내게 여름 하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새까만 접이식 자전거, 별이 몸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자전거 바구니, 코를 스치는 살짝 꿉꿉한 여름 공기, 쨍한 햇살과 반대되는 시원한 바람, 온통 녹색의 우거짐... 그 추억 속에 별이가 있다.
여름, 너무 덥지 않은 날엔 항상 별이와 자전거를 탔다. 너무 딱 맞다 싶은 바구니에 쏘옥 들어가 앉아 흠씬 코를 킁킁거리며 반짝 거리는 눈으로 온전히 여름을 받아들이며 즐기는 별이의 뒷모습을 보며 타는 자전거 라이딩을 너무 좋아했다. 내가 사는 곳은 도시 외곽이어서 조금만 벗어나도 산과 들과 논의 냄새를 맡으며 신나게 자전거를 내달릴 수 있었다. 속도를 내면 무서울 법도 하건만 크게 개의치 않고 빠른 속도에도 별이는 더 신나 보인다.
바람이 시원하지? 무슨 냄새를 그렇게 맡고 있어? 저기 봐봐!
도란도란 이야기를 건네면 뒤로 쓱 보며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만 같은 별이와의 눈 맞춤. 그 순간 세상에 별이와 나밖에 없는 듯한 말로 설명 못할 따뜻한 감정. 이 모든 교감을 너무 사랑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여름이 올해는 추억할 수밖에 없는 여름이 되었다. 점점 커지는 다리 혹 때문에 몸이 쏘옥 들어가던 바구니에 더 이상 앉을 수가 없어졌다. 더위에 약해지는 별이의 컨디션과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한 걱정으로 자전거 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말로 꺼내진 않았지만 별이도 자전거만 보면 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내가 그 여름이 행복했듯이 분명 별이도 행복했을 테니까... 이젠 추억 속의 여름이라 마음 한 켠이 쓸쓸하지만 아직 이 여름을 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여름도 충분히 행복하고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