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소리일기 ep.67
역대급 더위, 115년 만의 6월 열대야, 지독한 가뭄... 유독 이번 여름은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은 것 같다.
대구에 살고 있는 나와 별이는 특히나 여름이 무섭다. 대프리카라고 불릴 정도로 심한 더위와 적은 강수량으로 강렬한 여름을 매번 맞이해서 여름에 어느 정도 무뎌졌다고 했지만... 이번 여름은 유독 힘들 것만 같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심장과 간에 무리를 매일 안고 있는 별이. 특히 다리에 난 혹은 세균에 의한 염증으로 열까지 나 피부에 닿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뜨겁다. 게다가 몸속에 있는 종양 덩어리들이 점점 늘어나고 무거워짐에 따라 몸도 움직이기 버거워지고 있는 상황. 나열하면 할수록 총체적 난국에 답답해지기만 할 뿐... 작년 여름엔 이 정도의 컨디션은 아니었던 터라 크게 걱정 없이 보냈건만... 올해는 별이 컨디션이 무너질까 봐 무섭기만 하다.
조금 덥다고 느껴질 때부터 이미 혓바닥을 내밀며 헥헥거리기 시작했던 별이. 혓바닥을 다물새 없이 헥헥대느라 입에서 한가득 고여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 침이 별이의 참기 힘든 더위를 말해주는 것만 같다. 마를 새 없는 혓바닥의 촉촉함. 이리저리 튀는 침방울. 예전엔 그저 덥다고 헥헥거리면 귀엽기만 했을 텐데... 이젠 걱정이 앞서니 별이를 바라보는 내 표정도 풀리지가 않는다. 유독 드물었던 비 소식이 별이 입에 온 건가? 맞아. 마치 기나긴 장마... 별이와 나는 벌써 긴 장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다. 어둡고... 습하고... 다운되고... 이 긴 장마의 끝에 맑은 날이 오려나? 맑은 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뽀송하게 별이랑 뛰놀고 싶다. 아무런 아픔 없고 아무런 고민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