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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Jul 07. 2022

물속에 사는 기분

별소리일기 ep.69

    7월. 한 여름의 더위와 장마철의 시작. 속칭 대프리카, 대마존으로 불리는 대구의 여름은 아프리카의 열기와 아마존의 열대성 기후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듯 뜨거운 여름을 자랑(?)한다. 평균 35도를 육박하는 더위가 밤낮으로 이어지고 습도는 매일 75~85를 육박해 매일 뜨거운 물속을 거니는 것만 같다.

    무더위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고, 집을 나서면 느껴지는 숨이 턱 막히는 습도와 열기에 조금만 꿈쩍거려도 땀이 줄줄 흐른다. 습도가 높아 마치 물속을 거니는 것 같은 습한 공기의 빡빡한 밀도에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금세 지쳐버리고 만다. 사람도 이리 힘든데 별이라고 다를까? 아픈 몸으로도 좋아하는 산책을 놓칠 수 없는 산책 바보라 더위에 몸이 버거운 줄 알면서도 연신 혀를 헥헥거리며 이리저리 사방팔방 냄새를 맡고 다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확연히 느려지는 발걸음과 지쳐버린 눈빛, 마를 새 없는 침이 사방으로 튀어 목 주변의 털이 한가득 젖어버릴 정도로 힘들어하는 별이를 개모차에 태워 산책을 마무리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저 햇살이 뜨겁기만 하면 그 햇살을 피하기만 하면 되는데 공기 중에 가득 찬 습도는 피할 방도가 없으니... 별이도 나도 이 무더위로부터 도망가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강렬한 여름에 힘들고 지쳐가는 중이다.


차라리 물 속이었으면... 


    산에 흐르는 계곡물,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물처럼 시원한 물 속이었으면... 별이도 나도 흘러가는 물결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자유롭게 유영(游泳)하면 좋으련만... 아픈 다리로 힘들게 걸을 거 없이, 더위에 쉴 새 없이 움직이던 혀를 잠시 멈추고 시원한 물에 몸을 맡겨 두둥실 떠다녔으면...

    이 여름... 습도의 물속을 거닐며 물속이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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