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순간을
다르게 기억한다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

차가운 눈빛이 말해줍니다.


30년의 시간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기억을 남겼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했지만 간직한 기억은 각기 달랐습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었던 순간이

다른 이에게는 희미한 흔적일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비대칭성일까요?

시간이 흐르면 관계가 변하듯 기억도 우리 뜻대로 머물러 주지 않는군요.


디지털 시대는 우리에게 과거가 이어져 있다고 믿게 합니다.

우리는 화면 속 이름을 보며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같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제 만남은 전혀 다른 진실을 보여줍니다.


오랜만에 만나 친구의 낯선 표정 속에서

우리는 같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전혀 다른 기억을 품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내가 간직한 기억은 과연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혹은, 모든 모든 기억이 각자의 진실을 품고 있는 것인가?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기억은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때로는 그 불일치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서로를 이해하는 길이자

더 성숙한 사랑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고,

다른 누군가는 그 기억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변해가는 기억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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