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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학편지 May 12. 2021

영화 <캣츠>는 왜 1,100억을 날렸나

고양이도 인간도 아닌게 말이야

'세계 4대 뮤지컬'을 아시나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캣츠>입니다.


<캣츠>는 누구나 한 번쯤 제목을 들어봤을 유명한 뮤지컬인데요. 특히 OST인 'memory'는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리고 2019년 <캣츠>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집니다.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등 최고의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더 큰 기대를 불러 모았죠.


그러나 기대와는 반대로, 영화 <캣츠>는 처참히 망해버렸습니다. 아주 처참히요.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끔찍한 장르의 포르노를 본 느낌이다.
-뉴욕 타임스


순수 제작비로만 1,100억을 쏟아부은 영화, <캣츠>는 어떻게 해서 희대의 망작이 되어 버렸을까요? 



이상한 생김새, 불쾌한 골짜기


사실 <캣츠>의 실패는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예견되었습니다. 개봉 전 공개된 2분짜리 트레일러에서부터 사람들은 '징그럽다', '역겹다' 등의 반응을 보였죠. 다름이 아닌, 고양이도 인간도 아닌 등장인물들의 생김새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캣츠> 등장인물의 생김새

<캣츠>에 나오는 고양이들의 생김새는 충격을 넘어 불쾌함을 유발합니다. 고양이도 인간도 아닌 존재들이 우리를 불쾌한 골짜기에 밀어 넣기 때문이죠. 불쾌한 골짜기는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에 의해 처음 소개된 용어로, 로봇이 인간의 모습과 유사할수록 사람들이 로봇에 불쾌함을 느낀다는 이론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짜가 인간을 닮으면 무의식적인 불쾌함과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죠.


우리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생김새를 가진 존재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가령 강아지, 고양이를 보았을 때 불쾌함을 느끼진 않죠. 그러나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형, 로봇, 캐릭터를 볼 때 알 수 없는 불쾌함과 거부감을 느끼곤 합니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행동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 현상은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2004년 개봉한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를 들 수 있는데요. 당시 크리스마스를 맞아 영화관을 찾은 많은 아이들이 영화 상영 내내 울음을 터뜨렸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습니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에 나타난 불쾌한 골짜기

불쾌한 골짜기의 원인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인간과 닮은 생김새에 불쾌함을 느끼는 걸까요? 


바로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사이의 부조화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람 얼굴을 볼 때 다양한 얼굴 단서(눈, 코, 입, 피부 등)를 한꺼번에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전체적인 얼굴 상을 인식하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인간이 아닌 단서'가 끼어들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나타납니다. 아래 왼쪽의 <폴라 익스프레스> 그림을 보면, 이목구비는 멀쩡한데 피부가 너무 매끄럽죠? 주름과 굴곡이 하나도 없는 이 피부를 우리는 '인간이 아닌 단서'로 받아 들입니다. 현실 세계에 이런 피부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전체적인 얼굴 상을 인식하는 과정에 '인간이 아닌 단서', 매끄러운 피부가 끼어들고 곧 우리의 불쾌감을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 <캣츠>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없는 고양이 수염, 얼굴 털, 고양이 귀 등의 '인간이 아닌 단서'를 잔뜩 가지고 있어요.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와 영화 <캣츠>의 등장인물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어린 세대일수록 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디지털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단서'에도 큰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주 먼 미래에는 모두가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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