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대화만 했을 뿐인데
연애,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귀는 건 더 어려워요. 이별은 갖가지 이유로 불쑥 찾아오죠. 성격 차이, 가치관 차이, 종교 차이, 혹은 이유는 없지만 마음이 변해서.
흑흑..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랑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로체스터 대학의 로날드 로게 교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약혼했거나 신혼인 174쌍의 커플을 무려 3년간 추적해서 이별 확률을 낮추는 방법을 연구한 거예요. 로게 교수는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유명한 심리학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연애와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갈등 해소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1주일에 한 번씩 한 달간 로게 교수가 만들어 놓은 목록에서 로맨스 영화를 한 편 골라봤어요.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 커플의 상황과 갈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관계와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 번째 그룹은 1, 2번 그룹의 효과 측정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 이 실험 이후 3년이 지났습니다.
이 세 그룹의 이별 확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3년 후 이 커플들이 아직 잘 사귀고 있는지 확인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커플 상담 프로그램에 참가한 커플과 현실적인 로맨스 영화를 보고 대화한 커플은 3년 후 이별 확률이 절반이나 떨어졌어요!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건 바로 2번 그룹이에요. 1번 그룹이야 16시간짜리 커플 상담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니 그렇다고 치는데, (사실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게 현실적으로 부담이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참가하자고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2번 그룹은 그냥 영화 보고 대화만 했을 뿐인데도 이별 확률이 절반으로 감소했으니까요.
로게 교수는 이 현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관계를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은지
이미 답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에 치여 살다 보니 진지하게 대화를 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저냥 넘어가게 되어버리는 거죠. 영화에 등장하는 커플의 갈등을 제3자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커플과 자신들을 비교해보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게다가 이 방법은 영화 감상이라는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큰 효과를 볼 수 있어서 장점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맞아요. 어쩌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 관계'를 돌아보고 솔직하게 대화할 시간인 거죠.
로게 교수가 실험에 사용한 영화는 무려 47편...! 입니다. 그중에서 5편을 알려드릴 테니, 연인과 꼭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 / 감독: 제임스 L. 브룩스
비포 선셋(2004) /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블루 발렌타인(2010) / 감독: 데릭 시앤프렌스
그녀(Her)(2013) / 감독: 스파이크 존즈
우리도 사랑일까(2011) / 감독: 사라 폴리
P.S. 혹시 다른 영화가 더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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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사용된 영화 14편과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대화 가이드가 담겨 있습니다.
(무료예요... 봐주세요...)
참고 논문
* Rogge, Ronald D., et al. "Is skills training necessary for the primary prevention of marital distress and dissolution? A 3-year experimental study of three interventions."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81.6 (2013): 949.